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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물 전쟁'… 전세계 곳곳서 물 확보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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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세계가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구증가와 산업발달로 물 수요는 증가하는 데 반해 급격한 도시화, 식량증산에 따른 농업용수의 사용 증가 등으로 수자원이 점차 고갈돼 전세계가 물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세계의 물부족 현상과 수자원 분쟁 상황을 점검해본다.

◇ 심해지는 물부족〓지구상 물의 총량 13억8천5백만㎥ 가운데 담수는 2.6%,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물은 총량의 0.0072%다.

그런데 지구촌의 사용가능한 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가뭄이 닥칠 때마다 바닥을 드러내는 건 인도의 갠지스강, 중국의 황허(黃河)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몸살을 앓는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물부족이 식량난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농업용수 부족으로 많은 농토가 사막으로 변하게 될 것" 이라고 예견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산하 국가정보협의회(NIC)는 '2000년 세계 물동향 보고서' 에서 2015년에는 지구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명 이상이 물 기근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98년 말 현재 전세계 2천5백만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하루 평균 5천명이 물을 마시지 못해 숨졌다.

◇ 국가간 물분쟁〓세계은행은 이미 "20세기 전쟁의 주원인이 석유였다면 21세기에는 물이 될 것" 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은 석유와 달리 대체재가 없는데다 여러 나라가 하나의 강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국가간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다국적 강' 은 전세계에 2백14개나 되고 이 지역에 세계인구의 35~40%가 살고 있다.

물 분쟁이 가장 심각한 곳은 요르단강과 나일강이 흐르는 중동이다. 특히 팔레스타인과의 유혈충돌에 시달리고 있는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과의 물 분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레바논측이 갈릴리 호수로 유입되는 하스바니강의 물 일부를 파이프로 끌어가자 전쟁까지 경고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이스라엘.시리아.요르단.팔레스타인 등 네 나라가 생명수로 여기고 있는 요르단강을 둘러싼 마찰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의 원인이 됐다.

이집트.수단.우간다 등 아프리카 8개국은 70년대 초부터 나일강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에 휘말려 들었다.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선 터키가 초대형 아쿠아댐을 건설, 시리아로 흘러들어가는 강물을 차단하고 "아랍국가들이 원유를 무기화하는 데 대응해 물을 무기화하겠다" 고 선언해 시리아는 물론 인접국인 이라크와 갈등을 빚고 있다.

또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다뉴브강의 수로 변경을 둘러싸고 대립 중이며,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의 농업용수 확보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이밖에 이란.아프가니스탄, 페루.에콰도르, 프랑스.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 등도 물싸움을 벌이고 있다.

◇ 물부족 극복 방안〓가장 모범사례로 꼽히는 나라는 싱가포르. 물 기근 국가로 분류되는 싱가포르는 식수의 절반을 인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첨단 시설을 이용해 물을 정화, 일부를 비싼 값에 역수출해 오히려 돈을 벌고 있다. 또 전국토의 절반 가량에서 수자원 개발사업을 하는 한편 빗물과 해수를 식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자구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장진원씨는 "물이 생명자원이라는 인식과 함께 댐 건설 및 수도요금 현실화 방안 등을 통해 물절약, 재활용화에 힘쓰지 않을 경우 이미 물 부족 국가가 된 한국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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