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배 올부터 한·중·일 국가대항전 여류 바둑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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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개인전으로 치러지던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이 올해부터 한.중.일의 국가대항전으로 바뀌어 9일 베이징(北京)에서 첫 라운드를 시작한다. 12월의 2라운드는 서울, 내년 1월의 3라운드는 상하이(上海).

남자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와 똑같은 포맷으로 5명씩 대표를 내 연승전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 대회에서 10~20대의 젊은 낭자들로 구성된 한국팀은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의 중국팀과 우승을 놓고 피나는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예선전을 거쳐 박지은5단.윤영선4단.이민진4단.현미진3단.김은선초단 등 5명이 선발됐다.

박지은은 지난해 개인전이었던 정관장배에서 여성 최강 루이9단을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윤영선은 여류국수전 4연패에 호작배 세계대회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이 있다.

이민진은 올해 돌연 상위권에 치고올라온 급상승세의 신예. 현미진은 2002년 여류명인전에서 준우승한 미녀기사고, 16세 소녀 김은선은 예선전 돌풍의 주인공이다.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조혜연5단의 탈락이 찜찜하지만 중국과 충분히 싸워볼 만한 진용이다.

한국 여성바둑은 3, 4년 전만 해도 중국에는 상대가 되지 못했고 일본과 엇비슷한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엔 박지은.조혜연 쌍두마차가 아득하게만 보이던 '철녀' 루이9단의 벽을 넘어 잇따라 우승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루이9단이 빠진 중국팀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정도로 커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국팀은 다르다. 일본과 미국을 전전하다 4년 전 한국에 정착한 '방랑 고수' 루이9단을 중국이 15년 만에 국가대표로 받아들인 것이다.

바둑계는 그동안 국제대회 대표 선발에서 혈연이나 국적보다는 '활동지'를 우선으로 인정해 왔으나 이를 국적 위주로 바꾸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루이9단이 그 같은 변화의 첫 케이스가 된 것이다.

중국은 루이9단 외에 국내랭킹 1위 장쉬안(張璇)8단과 세계대회 우승경력이 있는 쉬잉(徐瑩)5단, 국내대회 3회 우승의 예구이(葉桂)5단, 신예 차오청(曹呈)초단이 나선다.

일본은 여류본인방 3연패의 고바야시 이즈미(小林泉美)6단, 여류기성 만나미 가나(万波佳奈)3단, 여류프로최강전 우승자 스즈키 야유미(鈴木步)3단, 야스히로 구미코(矢代久美子)5단, 우메자와 유카리(梅澤由香里)5단 등 정예를 총출동시켜 명예회복을 노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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