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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금융·교육·발전사업 진출 … 도시가스 업계 잇단 ‘외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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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경남지역 5개 시·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지에스이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정보기술(IT) 업체 썬텍인포메이션시스템을 인수했다. 발행 주식의 35.9%를 150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지에스이 유석형(39) 대표는 “도시가스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IT는 물론 배관 공급, 합성 목재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에스이는 5월 중 썬택인포메이션시스템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도 할 계획이다.

국내 도시가스 업체 중 단일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삼천리는 지난해 호주계 맥쿼리그룹과 손잡고 맥쿼리삼천리자산운용을 세웠다. 전 세계의 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에 투자하는 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삼천리는 2008년 말부터 서울 방배동에서 중국·태국 음식점도 운영하고 있다.


도시가스 회사들의 ‘외도’가 늘고 있다. 단순한 곁눈질 수준이 아니다. 기존 사업만으론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연 20~50%씩 늘던 국내 도시가스 사용량은 2000년대 들어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는 194억㎥로 한 해 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수도권은 이미 대부분의 지역에 도시가스가 들어가 더 이상 시장을 늘리기도 어렵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지난해 말 현재 도시가스 보급률은 각각 97%와 82%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안산시(98%) 등은 이미 100%에 가깝다. 지방은 아직 보급률이 낮은 곳이 많지만 수도권처럼 대단지 아파트가 많지 않아 배관을 깔아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곳이 상당수다. 도시가스 사업은 마진도 박하다. 보통 3% 미만이다. 삼천리의 경우 2006년 3%대였던 영업이익률이 최근 1%대까지 떨어졌다. 도시가스로 덩치를 불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새 먹을거리 찾기에 나서는 이유다.

8개 도시가스 공급업체를 거느린 SK E&S는 7월 경기도 평택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착공한다. 850㎿급으로 2013년 준공되면 약 1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SK E&S의 자회사인 대한도시가스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강일지구에서 집단에너지 공급을 시작했다.

집단에너지란 열병합발전 등을 통해 생산한 열·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삼천리도 경기도 화성 향남지구와 광명역세권지구에서 집단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경기도 평택국제화지구의 집단에너지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서울도시가스는 서울 목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본금 50억원을 들여 설립했다. LS그룹 계열의 예스코는 미국 텍사스주의 가스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새집증후군 관리, 해충 방제 등을 하는 홈서비스 사업도 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에 가장 열심인 곳은 대성그룹이다. 여전히 주력 사업은 대구·경북도시가스지만 그룹 매출의 20% 정도는 도시가스 이외의 사업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2000년 김영훈 회장 취임 후부터 신재생에너지와 문화·건설·금융·IT 등으로 발을 넓혔다. ‘괴물’ ‘타짜’ 등의 영화에 투자한 바이넥스트창업투자(최근 대성창업투자로 변경)와 인터넷 포털인 코리아닷컴, 출판사업을 하는 대성닷컴 등의 계열사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성그룹은 1947년 연탄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80년대부터 도시가스 등으로 주력 업종을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이제 도시가스만으론 성장이 어려운 만큼 앞으로도 새 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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