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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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 크다. 혼자서는 나눔을 실천하기 쉽지 않은데, 회사가 대신 해주니 더 신이 나서 일한다.”

이랜드그룹 박성경(53·사진)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2000년부터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기부한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 빨리 성장할 수도 있었지만…”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나눔 프로젝트(‘행복 나눔N’ 마크가 붙은 제품이 팔릴 때마다 매출액의 일정액을 기부) 참여도 그래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박 부회장은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의 동생으로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이랜드에 1984년 입사해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는 “이랜드는 뒷돈이나 다운 계약서(세금을 줄이기 위해 계약서에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적는 이중 계약)를 쓰지 않고, 3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며 “특히 중국에서 일체의 편법 없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게 스스로도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해 9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국은 글로벌 전략의 중심이다. 그룹의 부문별 최고경영자(CEO) 9명 중 5명이 중국에 체류한다.

박 부회장은 “중국 성공의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라고 말했다. 생산기지를 먼저 만들고, 시장 조사를 꼼꼼히 하고, 직원들을 파견해 5~6년 이상 준비한 후 진출했다. 그는 “중국에선 합작법인으론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직접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 외국기업이란 시선을 받지 않도록 파견 직원의 자녀들을 중국인 학교에 보내는 등 철저하게 현지에 적응하도록 했다.

그는 “중국에서 잘 되고 있는 패션 외에 유통 사업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며 “하지만 당분간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 외식 사업은 해볼 만하다는 판단 아래 1년 전부터 현지 음식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국내에서 네 번째로 큰 테마파크인 C&우방랜드와 대구 동아백화점을 잇따라 인수했다. 박 부회장은 “일단 올해는 추가 인수보다는 인수업체들이 자리 잡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개념의 중가형 백화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해외 명품 디자이너의 ‘세컨드 브랜드’(기존 명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기존 백화점과는 달리 가격대가 합리적이면서도,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 브랜드를 찾다 보니 생각보다 개점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라·H&M 같은 해외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도전하는 패스트패션 여성 브랜드 ‘미쏘’도 5월에 나온다. 그는 “패스트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 좋은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라며 “이랜드는 이것이 잘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틈만 나면 패션 브랜드 매장과 동대문 시장을 혼자 다니며 트렌드와 경쟁사 제품을 살펴본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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