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26 천안함 침몰] “현 상황서 잠수는 곧 죽음과의 싸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신진수(37·왼쪽) 경장=인천해양경찰서 122구조반장. 1992년 ~ 2002년 3월 해군 UDT대원. 2002년 4월 ~ 2008년 3월 인천해양경찰서 특공대. 2008년 3월 ~ 현재 해경 구조대.
◆이주민(51·가운데) 경위=인천해양경찰서 122구조대장. 1978년 해군 고속정 근무로 군생활 시작. 1980년 ~ 91년 3월 해군 SSU 대원. 91년 4월 ~ 현재 인천해양경찰서 구조대. 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당시 배의 위치 처음 확인하고 시신 74구 인양.
◆김종진(32) 순경=인천해양경찰서 122구조대원. 1998년~2000년 해군 UDT 대원. 2005년 9월 ~ 2009년 1월 인천해양경찰서 특공대. 2009년 2월 ~ 현재 해경 구조대.

“현재 상황에선 입수가 곧 죽음과의 싸움이다. 더 이상 순직을 막기 위해 제발 다섯 가지만 지켜 달라.”

해경 최고의 해난 구조 베테랑들로 구성된 인천 해양경찰서 소속 ‘122구조대’ 정예대원 3명의 호소다. 더 이상 한주호 준위 같은 희생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한 5계명은 ▶해저 수색 도중 한 명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해상으로 올라올 것 ▶대원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지 말 것 ▶잠수에서 나온 뒤 곧바로 피로 누적 검사를 받을 것 ▶잠수 시간을 엄수할 것 ▶현장 지휘관에게 모든 권한을 줄 것 등이다. 해군 특수전여단(UDT)과 해난구조대(SSU) 대원 출신인 이들에게 해난 구조의 어려움과 구조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 한 준위가 순직한 이유를 분석한다면.

“우선 심리적 압박이다. 현장 조건을 무시하고 1초라도 빨리 구조 작업을 해야 했으니까. 현장 책임자로서 매일 잠수를 했으니 피로가 쌓였을 것이 분명하다. 보통은 반복 잠수를 12~24시간만 한다. 그 이후에는 다시 24시간가량을 쉬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사흘 연속 잠수했다. 아마도 잠수복을 입은 채로 졸다가 입수하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 무리가 최악의 잠수 조건을 이겨 내지 못한 거다.”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서남쪽 함수 발견 해역에서 UDT 대원들이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백령도=김태성 기자]

-현장 여건이 얼마나 열악하나.

“천안함 함미는 해저 45m 깊이에 침몰해 있다. 대원들은 10m만 내려가도 손과 발에 감각이 없어진다. 40m 아래로 내려가면 공기호흡기가 언다. 30m를 내려가면 질소 마취 현상이 오기 시작한다. 40m가 되면 소주 반 병에서 한 병을 마신 것 같은, 뇌가 멍한 상태가 된다. 숫자도 세기 어렵다. 기압도 문제다. 수심 45m에서는 (지상보다) 5.5기압을 더 받는다. 이는 보통 성인이 4~5L 폐 용량인데, 폐가 1L로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호흡이 얼마니 힘들지 상상해 보라.”

-잠수 때 실신하면 사망할 확률은.

“적어도 4분 이내에 응급조치(심폐소생)를 해야 산다. 4분 안에 발견하더라도 50%의 뇌 손상 위험이 있다. 1분 내에 구조하면 95% 소생 가능하고 2분이면 75%로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 구조대원 희생을 막으려면.

“(여론이) 대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너무 많이 주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이는 그들을 사지로 몰아가는 걸 수도 있다. 서해 페리호 사고 때도 난리였다. 군의관을 현장으로 보내 입수한 대원들의 피로 누적 검사를 날마다 해야 한다. 피 검사만 해도 젖산 수치와 피로도 수치가 나온다. 피로 수치가 높으면 입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2인 1조로 입수하는데 둘 중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무조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잠수 후 반드시 24시간을 쉬어야 한다. 다이빙할 때 마신 기체가 몸속에 아직 남아 있는데, 계속해 다이빙하면 기체가 더 축적된다. 아마추어 스킨스쿠버라 해도 다이빙한 다음 날에는 비행기를 안 탄다. 사이다 병을 흔들었다가 따면 펑 터지는 것처럼, 기압이 높은 해저에서 혈관 속에 녹아 들어간 기체가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다. 한 준위가 사흘 연속 잠수한 게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 짐작할 거다. 잠수 시간도 10분 이내로 제한해야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 함미 탐색에 어려움이 많다.

“일단 선체 내로 들어가면 조류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수색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문제는 천안함 함미 내부에 격실이 많다는 것이다. 폐쇄된 문을 개방해 안전조치(로프 작업)를 해 놓고 또 들어가야 한다. 들어간다고 해도 배가 전복돼 있는 상태여서 이불 등 물건이 한꺼번에 쏠려 있을 것이다. 그걸 뚫고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글=인천=임주리·심서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