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표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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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소재.형식의 부단한 실험으로 유명한 영국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59)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영화제가 16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http://www. dsartcenter.co.kr)안에 있는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그리너웨이는 1980년대 이후 영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 감독. 난해한 구성과 내용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화가.소설가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빚어내는 독특한 영상미가 압권이다. 서사적 구조를 앞세우는 일반 극영화처럼 편하게 즐길 수는 없으나 수수께끼처럼 교묘하게 얽힌 화면을 따라가는 지적인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82년)이 그렇다. 17세기 영국 귀족의 정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단순한 스릴러 형식을 훌쩍 뛰어넘는 고난도의 게임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88년 칸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차례로 익사시키기' 도 특이하다.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선 '영국식…' 과 비슷하나 화면 속에 숨어 있는 1부터 1백까지의 숫자를 찾아내는 흥미로운 게임이 펼쳐진다.

장편 데뷔작 '몰락' (80년)의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92가지의 각종 미스터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공상과학 드라마다.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모두 열한 편. 장편 여덟 편과 그가 80년대 이전에 제작한 단편 세 편이 상영된다. 지적인 풍자와 위트로 무장한 채 성(性)과 죽음에 대한 집착.환상을 일관되게 탐구했던 그리너웨이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영화제는 주한 영국문화원의 후원으로 개최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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