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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칼럼] KBS · NHK '전국 노래자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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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매주 일요일 한낮 KBS와 NHK에서는 거의 같은 시간대에 '전국 노래자랑' 을 방영하고 있다. KBS 전국 노래자랑은 지금부터 21년 전인 1980년 11월에 시작해 6월 10일이면 377회를 맞게 되는 녹화방송 프로그램이고, NHK 전국 노래자랑은 1946년 '노래자랑 아마추어 음악회' 로 시작돼 올해로 56년의 역사를 갖는 생방송 프로그램이다.

두 방송 모두 비슷한 기획이지만 휴일 한낮에 여유롭게 쉬면서 방청하다보면 거기에는 한.일 양국의 국민성이나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먼저 공통점을 찾아보면 한국에서는 '방방곡곡(坊坊曲曲)' 을, 일본에서는 '진진포포(津津浦浦)' 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전국을 도는 국민적 인기를 얻는 롱런 공개방송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회자의 진행이 방송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75세의 인기 코미디언 송해씨의 역할이 컸다.

한편 일본도 시작 당시엔 미야타 데루(宮田輝)라는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인기를 끌었고, 후에 그가 참의원 의원으로 당선된 것만 보아도 이 프로그램의 지명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KBS 전국 노래자랑은 겨울의 실내공연을 제외하면 야외방송을 원칙으로 한다. 출연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며, 한복을 입은 출연자도 많고, 노래뿐만 아니라 개최지의 특산물이나 직접 만든 음식 등을 갖고 와 사회자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가끔 출연자의 손자가 돌연 무대에 올라와 연주자로부터 용돈을 받아가는 해프닝도 시청자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대부분이 개인 출연자며 모두 개성이 강하고 손짓.발짓 등 율동이 있으며 방청객 중엔 반드시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아줌마.아저씨가 보인다. 이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회자와 출연자, 방청객이 하나가 돼 즐기는 풍경에서 한국인의 풍부한 개성과 천성적으로 밝은 성격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방송시간도 대륙적인 유연함이라고 할까. 12시10분 정도에 시작해 1시10분까지로 1분1초에 구애받지 않는 것 같다.

이전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된 사람도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1년에 두 번 챔피언 대회가 있을 뿐 어디까지나 오락프로그램의 성격으로 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인기상이 있고 부상으로는 농협상품권 등이 주어진다고 한다. 심사도 그리 엄선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반해 NHK 노래자랑은 축제적 분위기와는 달리 실내공연을 원칙으로 한 그야말로 노래자랑이다. 일본에서도 출연자는 남녀노소를 묻지 않지만 민족 고유의 의상을 입은 모습은 흔히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 지역의 유적지.특산품 등을 소개하지만 KBS처럼 직접 사회자에게 가져다 주거나 연주자와의 직접적 교류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율동을 가미한 젊은 출연자도 나오지만 함께 춤을 추며 장단을 맞추는 방청객은 없다.

물론 출연자와 방청객과의 일체감은 있지만 KBS와 비교해 상당히 어른스럽고 조용한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노래솜씨를 경선하는 것이지 한국에서처럼 오락프로그램은 아니다. 방송시간도 12시15분에서 1시까지로 1초의 어긋남도 없다.

심사는 엄선해 '챔피언' 과 '특별상' 한 팀씩을 선발하지만 상금은 없다. 또한 전국규모의 연 1회 챔피언 대회가 있어 사카모토 후유미(坂本冬美)나 사카가미 지로(坂上次郞)와 같은 프로가수도 몇명 배출했다.

이처럼 KBS와 NHK의 전국 노래자랑은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고, 양국민 모두 몽골리안으로 외모가 닮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공통점이 있다. 단지 국민성과 문화의 미묘한 차이로 방송 출연자와 방청객들의 즐기는 방법과 반응 등에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지리적 조건에 따른 기후와 풍토.역사 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방송을 보고 있으면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사이좋게 협력해 공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국민성이나 문화의 차이를 인정한 후 상대방의 입장과 문화를 이해하고, '인(人)' 으로서 공통성을 중히 여기며 양국의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 좋은 점을 흡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KBS와 NHK의 노래자랑 합동개최를 꿈꾸어 본다.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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