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진국들의 가뭄 이기는 '비 · 물 만들기' 사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물이 아주 부족한 호주 남부지역의 태즈메이니아에서는 매년 집중적으로 인공 비를 내려 2억4천만t 정도의 물을 더 얻는다.

이 물로 수력발전을 하고, 농사를 짓는가 하면 식수로도 사용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64만5천달러로 빗물 1t을 얻는 데 약 0.3센트(약 4원)가 드는 셈이다.

전세계에 물이 모자라 애를 태우는 곳이 많다. 그러나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선진국은 더 이상 하늘만 바라보지 않는다.

호주처럼 인공으로 비를 내리게 하거나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등 대체 수자원을 개발,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한다.

댐 건설만으로는 수자원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대체 수자원의 주요 기술로는 ▶인공 강우▶바닷물의 담수화▶오.폐수 재활용 등이 꼽힌다. 선진 각국의 대체 수자원 개발은 심한 봄가뭄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인공 강우=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연구소에서 처음 사람의 힘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 강우는 드라이 아이스나 요오드화은(AgI) 연기를 구름에 뿌려줌으로써 비를 내리게 한다.

이들 화학품이 일종의 구름 씨 역할을 하며, 물기를 뭉치게 해 비를 만든다. 이론상으론 요오드화은 1g을 태우면 약 1천조개의 구름씨를 만들 수 있다.

인공 강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나라는 미국.일본.중국.이스라엘 등 75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60년대와 90년대 항공실험을 하는 등 기초연구를 하긴 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미국은 인공 강우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나라다. 캘리포니아.네바다.텍사스주 등은 매년 대규모 인공 강우를 통해 물을 얻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의 경계에 있는 타호호에서는 인공으로 비를 내리게 한다. 이렇게 확보한 물은 매년 4천5백만t 정도. 보통 인구 10만명 거주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물이 하루 4만t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인공 강우로 얻는 물의 양은 막대하다.

국내 인공 강우 분야의 일인자인 광주과기원 김영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 1회 정도 기압골이 통과해 인공 강우를 만드는 데 적합하며 경제적으로도 효과가 클 것" 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과 같은 봄가뭄도 인공 강우로 어느 정도 해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바닷물의 담수화=바닷물을 끌어다 정수해 곧바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률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담수화는 바닷물 속의 소금 성분을 정수 시설로 걸러내거나 바닷물을 끓여 증류수를 얻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전세계에 6천여기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가동되고 있으며, 하루에 1천6백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다.

시설 중 절반 이상이 미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 몇개국에 몰려 있다. 해수 담수화 시설은 최근 들어 매일 1백만t 규모씩 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술 발달로 비용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하루에 19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시설의 99% 이상이 서해공단의 공업용수 생산용으로, 폭넓게 보급돼 있지는 않다.

식수용으로는 20여개 섬에 설치돼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원자로를 이용한 증류법이 각광받고 있다.

◇ 오.폐수 재활용=대부분 버려지는 생활 오.폐수도 잘 정화하면 훌륭한 농업.공업용수가 될 수 있어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1천6백만t의 생활 하수가 나온다. 처리만 잘 하면 이만한 양의 수자원을 다시 확보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은 오염도가 높아 대부분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렵다.

농업용수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ℓ당 8㎎ 이하지만 하수처리장 배출 기준은 20㎎ 이하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파트단지나 마을 단위, 대형 빌딩에 하수처리장을 설치해 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수돗물 원수(原水) 수준의 생활 오수를 정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보급 중이다.

박방주 기자

*** 화성 정걱동 재활용 사례

경기도 화성시 장덕동에 위치한 20여 가구는 극심한 봄 가뭄 속에서도 9만여평의 논에 모내기를 거의 끝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하루 약 5백t씩 내보내는 정화 오.폐수 덕이다.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물은 BOD가 ℓ당 20㎎ 내외지만 이 연구소 하수처리장의 배출수는 3.5~6.5㎎(환경관리공단 측정)으로 아주 깨끗하다. 이 정도면 수돗물 원수(原水) 못지 않다.

이 동네에서 5천평의 논농사를 짓는 안병직(50)씨는 "한두해 전만 해도 가물 때 하늘만 쳐다보았지만 이제는 연구소의 깨끗한 하수 덕에 모내기용 물 걱정을 덜었다" 고 말했다.

KIST 수질환경연구센터 박완철 박사가 개발한 이 하수처리 기술은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주 오염 물질인 질소와 인 성분을 없앤다. 유지 비용은 기존 하수처리장의 60~70%밖에 들지 않는다는 게 朴박사의 설명.

朴박사는 "아파트 단지별.마을 단위별로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설치하면 생활 하수의 재활용은 물론 하천 수질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