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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대구시티투어 가이드 전미향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전미향(全美香 ·24)씨는 지난해만 해도 호텔 직원이었다.

1996년 10월 대구 파크호텔에 입사해 식음료부 캡틴에까지 올랐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11월 호텔리어에서 변신을 감행했다.

지금은 대구시티투어 가이드의 제복을 입고 그의 표현대로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고 왠지 재미있을 것같은 느낌”에 주저없이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지난 5일 그의 일과를 보자.

오전 10시 일터인 37인승 리무진 대구시티투어 버스는 두류산공원 대구관광정보센터를 출발했다.이날 버스에 탄 손님은 대구 남구 주민대학생 33명.

맨 먼저 대곡동 생태공원을 들렀다가 현풍곽씨12정려각(달성군 구지면)∼도동서원∼대가야왕릉전시관(고령)∼대구월드컵경기장 순으로 거쳐오면 오후 4시다.

대구시티투어가 마련한 14개 코스 중 하나다.

이 여섯시간동안 全씨는 쉴 새없이 ‘관광 대구’를 자랑하는 외에 여행 분위기까지 리드하는 투어 컨닥터(TC)가 된다.

이동중 차안이 좀 썰렁하다 싶으면 인터넷에서 수집한 ‘최신 유머마당’을 펼치고 고모령 같은 곳을 지날 때면 ‘비내리는 고모령’ 한 소절쯤도 마다 않는다.

일이 일이니 만큼 밝은 얼굴이 가장 큰 밑천이다.

주변에서 그녀의 미소가 ‘하회탈 웃음’으로 통할 만큼 웃는 얼굴에 대한 철학도 탄탄한다.“어느 책에선가 ‘크게 웃는 시간에 절망은 없다’라는 구절을 보고 웃음을 평생의 모습으로 삼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행자들에게 격언이다.그러나 시티투어 가이드들에게는 ‘아는 만큼 보여줄 수 있다’로 바뀐다.

자칫 ‘앵무새’가 될까봐 시간만 나면 인터넷과 자료실을 뒤지며 깊이 있는 대구학(大邱學)에 매달린다.

덕분에 요즘은 대구 토박이들을 태우고서도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정도다.

배자못 ·고모령 ·자갈마당 등에 얽힌 유래는 물론이고 대구의 명물골목 얘기로 흘러가면 노인들도 잘 모르는 진골목 말전거리까지 풀어 놓는다.

그는 “대구에 산지 7년이 됐지만 대구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적으로는 거유(巨儒) 김굉필 선생을 모신 도동서원과 팔공산의 설경을 가장 좋아한다.

지난해 12월 2일 처음 시작,1백80여회 운행된 대구시티투어에는 6개월새 외국인 1천2백명을 포함,9천명 이상이 참가했다.

지난달에는 브라질 산토스축구팀을 비롯,JCI 회원 등 4백여명의 외국인이 이 투어를 통해 대구를 보고 갔다.

무심결에 튀어 나오는 대구사투리에 얽힌 에피소드.

한국어를 막 배우기 시작했다는 어느 미국인은 전미향씨의 ‘했어예’라는 사투리를 극존칭 어미(하였사옵니다)쯤으로 받아들여 몸둘 바를 몰라했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역마살이 좀 느껴진다”는 그는 낯선 곳을 다니기를 좋아한다.

자기 방에 걸어놓은 큰 지도에 다녀온 곳을 표시하고 여행지를 추천하는 기사도 꼬박꼬박 스크랩한다.

호텔 근무시 익힌 일어 ·중국어 외에 요즘은 저녁에 영어학원을 다닌다.

외국에 나가 공부를 더해 관광분야의 서비스 컨설턴트 비지니스를 개척해 보겠다는 꿈을 위해서다.

정기환 기자

<전미향씨는…>

▶1977년 경북 상주군 모서면 출생

▶ 95년 김천 성의여고 졸업

▶ 97년 계명전문대 관광과 졸업

▶ 96년 10월 대구 파크호텔 입사

▶2000년 11월∼현재 대구시티투어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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