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앞 프랑스 "색깔 밝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선을 1년 앞둔 프랑스는 요즘 리오넬 조스팽(사진)총리의 극좌전력 때문에 시끄럽다.

조스팽 총리가 5일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학생 시절이던 1960년대 트로츠키주의에 관심을 가졌으며 프랑스에서 이 운동을 주도한 인사와 교분을 맺었다" 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트로츠키주의란 레닌과 함께 17년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온 트로츠키의 극좌적 혁명 노선을 추종하는 운동.

스탈린의 1국 사회주의 노선을 비판하고 영구혁명론과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노선을 주창하는 제4인터내셔널을 결성, 오늘날에도 유럽 사회주의 분파 중 소수파로 남아 있다.

95년 대선 당시부터 조스팽 총리의 과거 트로츠키주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그 때마다 그는 철저히 부인해 왔다.

그러나 대선을 1년 앞두고 프랑스 언론들이 베일에 싸인 그의 과거를 캐기 시작했다.

르몽드는 "프랑스의 트로츠키주의 그룹인 국제공산주의기구(OCI) 내에서 '미셸 동지' 로 불리던 조스팽이 71년 사회당에 입당한 것도 OCI의 체제 내 잠입 전략에 따른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스팽 총리는 정면 돌파를 결정했다. 더 이상 밀리면 대선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그는 "트로츠키주의의 반제국주의와 반스탈린주의 이데올로기에 매료된 게 사실이며 이같은 개인적.지적(知的), 정치적 역정에 하나도 부끄러울 게 없다" 고 강조했다.

야당측은 과거보다 그것을 지금까지 숨겨온 이유에 대해 물고 늘어졌다. 총리의 '거짓말' 을 부각함으로써 신뢰도에 흠집을 낸다는 전략이다.

조스팽은 이에 대해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며 "중요한 것은 지난 4년 동안 내가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다" 라고 맞받아쳤다.

현재까지는 조스팽 총리가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한가지 아이로니컬한 점은 조스팽 총리의 극좌파 과거 행적 논란이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공산당으로부터 그가 지나치게 우파적이라고 공격받고있는 시점에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조스팽 총리는 지난주 대량 정리해고 규제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려다 "법안이 기업측에 지나치게 유리하다" 는 공산당의 비판에 따라 의회 상정을 다음주로 미뤘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