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주민들 농촌폐교 용도·매입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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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농촌 폐교를 두고 지역주민과 경남도가 동시에 매입을 추진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 이동면 신전리 금평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말 마을 근처 성남초등학교 금천분교(부지 1천4백 평)에 농산물 유통 사업장을 짓기 위해 남해교육청에 매입신청서를 냈다.

주민들은 4억2천만원을 들여 농산물 집하장 ·저온창고 ·가공포장 작업실 등을 지어 마늘 선별포장 ·바지락 ·개불 ·멸치 등 수산물 가공작업장으로 쓸 계획이다.

주민들은 "금평·신전마을 인근 60㏊에 마늘이 재배되고 있으나 가공시설이 없어 폐교를 매입하려고 한다"며 "학교를 지을 때 마을에서 공사를 돕는 등 주민과 애환을 함께 한 학교이기 때문에 마땅히 주민에게 되돌려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남도는 이곳에다 사회복지시설을 짓기 위해 도의회의 예산승인을 받아 지난 3월 남해교육청에 매수요구서를 제출했다.

도는 이곳과 창녕 수다초등 ·하동 양보초등 등 3개의 폐교에 사회복지시설을 짓기로 하고 7억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도는 남해군 내 노인인구가 많아 금천분교에 노인복지시설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사회복지시설을 짓겠다는 방침이다.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예산을 다른 시·군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폐교에 사회복지시설을 지으려고 하는 곳은 사회복지시설이 없는 농촌지역"이라며 "주민들을 위해 사회복지시설을 짓는 만큼 주민들이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법규도 애매하다.'폐교재산 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돼 있지만 '지방재정법'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우선권을 주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경남도교육청도 곤혹스럽다.공식적인 매입추진은 주민들이 3개월 먼저 시작했지만 경남도의 사업도 공익성이 강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해교육청 김태수(金泰洙)관리과장은 "지역주민과 경남도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쉽게 합의되지 않으면 공개경쟁 입찰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천분교는 1992년 폐교됐으며 경치가 좋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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