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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보기] 브라질 예전 모습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브라질과 카메룬 경기는 B조의 우승후보 팀들이라 큰 관심이 집중됐다.

비록 어려운 상대 카메룬을 이기고 4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브라질이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영원한 월드컵 우승후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던 예전의 브라질이 아니었다.

물론 최근 2002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4위로 추락해 있는 부진의 이미지가 경기내내 지배를 했고, 실제로 전반전 카메룬의 음보마와 에투에게 수차례 골찬스를 내주며 허둥대는 모습은 안스러웠다.

요즘 브라질 축구계는 불난 집처럼 요란스럽다.툭하면 세계축구 팬들에게 깜짝 놀랄 뉴스를 자주 전해준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8월 성적부진으로 쫓겨난 룩셈부르고 감독 후임으로 에메르손 레앙 감독이 취임했지만 이날 경기전까지 2승2무1패를 기록한 것이다. 그 1패가 바로 사상 처음으로 에콰도르에게 망신당한 것이다.

이 패배후 레앙은 대폭적인 대표팀 개편을 단행했다.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적인 스타들을 모두 버리고 신예들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좋지 못하다. 그래서 이번 대륙간컵이 혹 레앙의 무덤이 되는 것이 아닌가 브라질의 참새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다.

레앙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프랑스에게 내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 자리까지 탈환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그 결과는 미지수다.

카메룬의 패배로 끝난 이 경기는 '골 넣을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패한다'는 평범한 속설을 입증했다.

전반 초반부터 카메룬은 중량감있는 세계적 스타(음보마 · 에투 · 송 · 칼라)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지난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무려 7명이나 출전한 화려한 카메룬 멤버에 비해 브라질은 골키퍼 디다를 제외하곤 무명의 선수들로 진용을 짰다.

전반 내내 브라질은 카메룬의 빠른 스루패스에 혼줄이 났다. 전반 중반이후 에투와 음보마는 두차례 골과 다름없는 기회를 만들고도 성공시키지 못해 브라질을 침몰시키지 못했다.

브라질의 가장 큰 승인은 후반 초반 18번 파비오와 11번 미구엘을 교체 투입한 작전이 적중한 점이다. 아울러 카메룬을 포함한 아프리카 축구의 공통적인 약점인 경기의 기복이 심한 문제점이 겹쳤다. 후반 8분 워싱턴의 득점으로 안정감을 꾀한 브라질은 교체멤버 미구엘의 추가골로 카메룬을 따돌릴 수 있었다.

카메룬의 패배는 완전한 골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과 뒤늦게 팀에 합류한 정신적 지주 음보마와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별 에투의 피로가 후반 가중된 점이었다.

비록 브라질에게 졌지만 카메룬에는 지난 시드니 올림픽 결승전에서 스페인에게 0-2로 지다가 2-2 동점을 만들고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던 아프리카 축구의 힘이 숨겨져 있었다. 만약 카메룬이 4강에 올라 시차와 피로문제를 극복한다면 분명 유력한 우승후보임을 느끼게 한 경기였다.

신문선<본지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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