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이젠 금연도 '경영전략'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최근 들어 기업들의 직장 내 '금연 전쟁'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을 흡연실로 격리하는 수준을 넘어 금연을 경영혁신 과제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금연으로 얻어지는 직원들의 건강이 곧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도 담배를 끊도록 돕는 기업을 선정해 상을 주는 등 최근 금연운동은 민관사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 금연 기업 확산〓삼성코닝은 1998년 말부터 금연캠페인을 실시해 흡연사원의 70% 이상이 담배를 끊도록 한 공로로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수여하는 금연운동 유공자 단체상을 받았다.

이 회사의 경우 98년 말 현재 흡연자 1천8백여명 중 지금까지 담배를 끊은 직원은 모두 1천2백75명에 이른다. 직원이 금연을 선언한 후 한달간 금연에 성공하면 사장이 축하 넥타이를 선물하고 금연 수기를 모아 책자로 내는가 하면 금연초를 지급하는 등 금연운동을 꾸준히 벌여 온 덕분이다.

LG전자 창원공장의 백색가전(DA)사업본부는 올 1월 직원들의 담배끊기를 경영혁신과제로 정하고 상근 직원 네명으로 전담 팀까지 구성했다. 이 팀은 10월 말까지 활동하며 흡연자 비율을 현재의 54%에서 10% 이하로 줄이는 것이 임무다. 전담팀은 우선 기존 흡연실을 폐쇄해 흡연자들을 맑은 공기가 있는 밖으로 쫓아냈다. 또 금연교육에다 금연 보조제를 주면서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

금호는 이미 80년대부터 신입사원에게 금연각서까지 쓰도록 하고, 흡연실도 없는 완전금연 회사로 유명하다.

◇ 금연이 경쟁력〓직장 내 금연에 나서는 기업들은 ▶해마다 건강 이상자 비율이 늘어나는 데다▶비흡연자도 간접피해를 당하는 사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흡연실을 운영할 경우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비워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금연은 필요하다는 것.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직원들이 혐연권을 내세우며 회사에 금연운동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효성의 경우 지난해 말 젊은 남녀 직원들이 '사무실 흡연을 방치해 환경을 저해하고 있다' 며 총무팀을 항의방문한 후 회사가 본격적인 금연운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회사가 흡연을 방치했다가 비흡연 직원들이 호흡기 질병에 걸릴 경우 산재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법률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 말했다.

기업들의 금연운동은 흡연 직원들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기보다 금연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워낙 금연 바람이 거세지다보니 담배를 피는 직원들이 '흡연권' 을 요구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금연을 경영전략 차원에서 추진한다면 성패는 결국 최고 경영진의 의지에 달렸다" 고 입을 모은다.

LG전자 한주우 상무는 "금연운동 후 3~4개월쯤 되면 공기가 맑아지고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금연운동이 가속도가 붙는다" 며 "초기에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