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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의원 워크숍] 정풍뒤편 여러가지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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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풍이 위력적으로 번진 것은 '국정혼선의 책임론' 이 그 한복판에 있어서다.

24일 초선의원 6명의 성명으로 시작한 당정쇄신 요구 바람이 31일 워크숍까지 강하게 분 것은 여권 전체의 위기감 때문이다.

워크숍에선 '국정책임론' 을 굵은 줄거리로 난상토론이 펼쳐졌다.

책임론은 크게 '청와대의 보좌 책임론'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의 동교동계 구파 비선 정리론' 이다. 여기에 김중권 대표 등 지도부 쇄신론도 뒤섞여 있다.

당 관계자는 "그동안 국정책임론에 구체적인 쇄신 대상 인물이 거론되면서 미묘한 권력투쟁 양상도 띠고 있다" 고 말했다. 김중권 대표가 1일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 워크숍 결론을 건의하는 자리에서 국정책임론의 '시비' 가 가려질지 여권은 숨을 죽이고 있다.

◇ '청와대 보좌 책임론' 의 여진(餘震)= "청와대 보좌진에 'DJ 보호' 를 위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는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발언(30일)은 미묘한 파문을 불렀다.

정풍파는 두손을 들어 반겼다. "청와대 비서실 역량의 한계가 드러났다" (辛基南.千正培의원의 2차성명 내용)는 자신의 주장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千의원은 "청와대 사람들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다른 국정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라고 주장했다.

韓위원이 지난 25일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의 청와대 방문 때 동행, DJ를 면담한 사실이 전해지자 당 일각에서는 "DJ의 고뇌를 대신한 것 아니냐" 는 관측까지 나왔다.

반면 청와대측은 韓위원과의 통화 후 "특정인을 지적한 게 아니었다. 주인의식을 갖고 대통령을 보좌하자는 원론이더라" 며 여진을 차단했다.

"청와대.당 모두가 힘을 합쳐 민심을 받들어 난국을 돌파하자" 는 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동교동계 출신 모 의원은 "이번 사태를 韓최고위원 중심의 동교동 신파 대 權전최고위원 주축의 동교동 구파의 권력갈등으로 본다면 잘못" 이라고 강조했다.

◇ 비선 배제론=또다른 대상은 국정운영에 있어 '비선 퇴진' 문제다. 이 대목은 소장파의 1, 2차 정풍 성명 때의 공통분모였다. 이윤수(李允洙)의원은 "몇몇 비공식 실세 인사가 자행하는 낙하산식 그림자 인사 개입을 차단하라" 고 주장했다.

워크숍 직전 정풍파 모임에서는 "제2당사로 불리는 권노갑 전 위원의 '마포 사무실' 문제를 지적하자" 는 주장과 "비선이라면 다 안다. 권력투쟁으로 오해받는다" 는 신중론이 맞섰다는 전언.

한 당직자는 "비선 정리 문제는 50%에 이르는 당내 범(汎)동교동계의 지분과도 연관된 문제" 라며 "결론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의 격변을 일으킬 휘발성 사안" 이라고 지적했다.

◇ 金대표 등 지도부 용퇴론= '당정 수뇌부의 쇄신 대상' 에 金대표를 포함시킬지 여부는 막판까지 정풍파를 고민케 했다. 金대표의 거취는 집권 후반기 DJ의 권력 핵심포스트 운용, 차기 주자군(群)관리 문제와도 연관된 복잡미묘한 변수다.

"4.26 재.보선 패배, 여당 내 책임의 크기는 대표가 가장 크다" 는 게 정풍파의 한 기류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당에 권한을 준 게 없다. 비선.청와대 보좌진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는 반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최훈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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