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으로 탈출구를 모색하려던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가 합병이 무산된후 홀로서기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의 알카텔과의 합병 협상이 타결 직전 결렬되면서 이대로 가다간 루슨트가 심각한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루슨트는 경기둔화와 벤처 투자실패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 4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이 크게 나빠진 상태다.
이에 따라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루슨트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수준으로 낮출 것을 검토 중이다.
루슨트는 이런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핵심 사업을 제외한 사업부와 공장을 팔고 ▶직원을 대폭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서두를 계획이다. 또 거액의 전환사채 발행도 검토 중이다.
루슨트가 급전마련을 위해 우선 추진 중인 것은 그간 합병협상때문에 미뤄왔던 광섬유 사업부 매각이다.
제값을 받고 팔면 50억달러 가량은 된다는 게 이 회사의 추산이다. 여기에 오클라호마 시티와 컬럼비아의 공장도 팔아 6억~9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인원감축도 필수다. 루슨트는 지난달 2천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오는 7월까지 8천명을 더 내보낼 계획이다. 공장이 팔리면 추가로 소속 직원 6천명도 자연스럽게 정리한다는 계산이다.
주정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