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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포괄주의 과세로 전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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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조세 가운데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지난해 예산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이는 우리 소득세법이 열거돼 있는 소득에만 과세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소득을 종합소득.퇴직소득.양도소득.산림소득으로, 종합소득은 다시 이자소득.배당소득.부동산임대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일시재산소득.연금소득.기타소득 등으로 복잡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거래나 제도 등으로 소득이 발생해도 법률에 열거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해야 할 많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일부 소득, 특히 근로소득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요구되는 조세수입의 증대를 위해 이미 과중하게 과세되고 있는 근로소득 등에 대한 한계세율을 인상하려 할 경우 조세형평의 문제를 악화시켜 조세저항을 일으키고 고급노동력의 국외 유출 등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형평과세를 위해서는 '넓은 세원, 낮은 한계세율' 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포괄주의를 도입해 현재의 비과세 소득에 대해 세금을 걷는 한편 과세되고 있는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을 경감해야 한다.

포괄주의를 도입하면 세원이 확대돼 세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과세소득이 명확해져 납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외환위기 이후 악화되고 있는 소득 불균형 현상도 시정할 수 있다.

다만 제도의 도입으로 발생하는 혼란과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득세율은 낮추고, 개인에 대한 비과세 항목이나 필요경비의 인정범위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김종식 세무사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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