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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탄핵심의 8월 1일 시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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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가 오는 8월 1일 시작된다. 아미엔 라이스 국민협의회(MPR)의장은 31일 각 정당 지도자들과 협의를 마친 뒤 "탄핵안을 심의할 국민협의회 특별총회를 오는 8월 1일 소집키로 결정했다" 고 발표했다.

국민협의회 개최 전까지 최소 2개월 이상의 예고기간을 두도록 한 규정을 감안하면 정당 지도자들은 최대한 시일을 앞당겨 탄핵심의에 돌입키로 한 것이다.

이로써 인도네시아가 사실상 권력 공백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를 틈탄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이 거세지고 경제가 더욱 곤두박질할 것으로 예상돼 주변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와히드는 31일 지지자 대표들과 만나 "이번주 중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 이라고 말해 비상사태 선포를 통한 의회 해산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극에 달했던 지지세력의 탄핵심의 반대시위가 수그러든 데다 군경이 중립 입장을 지켜 와히드가 비상사태 카드를 빼들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와히드와 의회 반대파의 힘겨루기는 특별총회가 열릴 8월 초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 와히드의 운명=와히드의 남은 선택은 대통령직 사임과 권력이양 외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와히드는 일단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 사임은 정치.사회적 비용만 들 뿐" 이라며 사임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탄핵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다" 며 마지막 정치적 타협을 시도할 뜻을 비췄다.

결국 와히드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과의 권력 분점을 통해 상징적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 탄핵을 명시하지 않은 헌법의 모호성을 빌미로 사임은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협의회에서 탄핵을 결정해도 와히드가 물러나지 않으면 그를 대통령궁 밖으로 내몰 근거가 없다. 와히드는 이미 메가와티 부통령에게 대폭적인 권력 이양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메가와티는 와히드의 버팀목인 이슬람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의 지지없이 정국을 수습하기 어려운 만큼 이 방안을 '구국의 결단' 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 과제=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경제위기다. 와히드의 부패 의혹이 부른 정치혼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구조조정에 실패해 IMF의 추가 융자가 동결된 것은 물론 채무를 즉시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루피아화 가치하락과 물가상승은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어 당초 5.5%로 잡았던 경제성장률도 3.5%로 하향조정했다. 경제는 당분간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일단 주가는 29~30일 이틀동안 4.1% 상승해 와히드 탄핵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 아세안의 불안=인도네시아는 창립 아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맹주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정정불안으로 아세안 내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아세안은 구심점을 잃은 모습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인도네시아의 경제위기가 아세안 전체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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