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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땅 사도… 마실 물 모자라도 볼거리 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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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중부지방 일부에서 수돗물 제한급수까지 이뤄지는 등 목이 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영토 내에 연중내내 수돗물은 커녕 지하수 한방울 없이 사막민처럼 살아가고 있는 곳이 있다면 좀 위안이 될까.

전남 여수항에서 남서쪽으로 27km쯤 떨어진 사도(沙島).7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곳은 이름 그대로 땅이 온통 모래여서 물이 고일 틈이 없다.

그래서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 물탱크에 모아놓고 식수든 목욕이든 모든 걸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다.

전체 면적이 13만3천여평,주민등록 인구가 29가구 56명에 불과하다.실제 여수에 나가 사는 이들을 빼면 50명도 안 되고,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62살에 이른다.

집집마다 처마 끝에 물받이를 달고 물받이 한쪽 끝에서부터 파이프를 설치,지하 탱크(보통 용량 15t 안팎)로 빗물이 들어가게 했다.

이를 주민들은 ‘지붕 수(水)’라 부른다.처음 내려 지붕의 먼지 등이 섞인 빗물은 파이프를 떼어 흘려버리고 지붕이 깨끗하게 씻긴 뒤의 것을 모은다.

소독은 시가 공짜로 주는 알약을 물 탱크에 넣어 두는 식으로 한다.

가끔 수돗물을 마실 때도 있다.오래 비가 오지 않을 때 여수시가 배로 실어다 주는 물이다.

화정면사무소 배인찬(53)개발담당은 “사도는 물이 매우 귀해 출장을 가도 미안해서 물을 못 써 세수도 않고 그냥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섬에서 막내인 52살의 김장수씨는 “집집이 식구 수가 적고 워낙 물을 아껴 사쓰다보니 보통 6개월까지는 큰 비가 안 와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사 또한 논은 전혀 없고,밭만 조금 있어 콩 ·땅콩 ·마늘 등을 심고 있다.

그래도 사도는 경치가 빼어나고 신비로운 분위기여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바닷물이 많이 빠질 때는 섬과 섬 사이에 폭 15∼50m 안팎의 길이 생겨 7개 섬이 ‘ㄷ’모양으로 최장 1.5㎞가량 이어진다.

6월의 경우 22∼23일 바닷길을 걸으며 낙지 ·해삼 ·개불 ·고동 등을 주을 수 있다.

또 공룡 발자국 화석이 분포해 탐사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중생대 백악기의 초식·육식 공룡과 익룡(翼龍) 등의 발자국·알 화석과 규화목 등이 곳곳에 널려 있다.

기암괴석들도 많다.바다를 향해 20m 높이로 입을 벌린 남산 야외음악당 모양의 동굴바위와 용 꼬리를 연상시키는 용미암,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모습이 나타나는 얼굴바위,고래바위,멍석바위 등등.

중도와 시루섬 사이 2백여m의 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형성된 양면(兩面)바다 해수욕장 또한 이채롭다.

정기 여객선은 왕복 1회.여수항에서 오후 2시30분에 들어가고 다음날 오전 7시30분 사도에서 나온다.소요시간 1시간20분.

단체 관광객은 돌산대교 밑에서 유람선을 빌려 타고 들어갔다가 서너 시간 섬을 돌아본 뒤 나오는 방법으로 당일치기 할 수 있다.

민박(방 2∼3인 2만원,식사 끼니당 4천원)이 가능하나 물을 마음껏 쓰지 못하는 점을 감내해야 한다.

관광 문의 061-690-2225.

사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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