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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최기문 물오른 '부채살 타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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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올 시즌 프로야구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공격형 포수의 부각이다.

몇해 전까지만해도 포수의 능력은 수비에서 판가름났다. 투수 리드와 주자 견제, 게임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능력 등이 자질의 척도였고 타격은 0.250이면 합격점을 줬다. 프로야구 초창기 이만수(전 삼성)이후 이렇다할 공격형 포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달라졌다. 공격형 포수의 부각은 1999년 신인왕 홍성흔(두산)의 등장이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박경완(현대)의 홈런왕 · MVP 수상으로 가속화했으며 올해 진갑용(삼성 · 타격9위) · 김상훈(해태 · 타격17위) 등이 가세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수비만 가지고는 뛰어난 포수라는 말을 듣지 못하는 시대다.

시대의 변화는 거북이처럼 순진했던 최기문(롯데)까지 달라지게 만들었다. 프로 입단 5년 동안 통산 타율 0.240의 볼품없는 타자였던 최선수는 올해 본격적인 스위치 히터로 변신에 성공, 다른 포수에 손색없는 화력을 갖췄다.

최선수는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5타수 5안타를 때려 시즌 타율을 0.324(11위)로 끌어올렸다. 타구 방향도 이상적이었다.

우전 안타로 1타점, 3루쪽 내야 안타, 좌전 안타, 중전 안타로 1타점, 그리고 또 우전 안타.

내외야, 구장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타구를 날려보내는 스프레이 히터의 전형이었다.

최선수의 타율은 팀내 간판 타자 호세(홈런.타점 1위, 타율 5위)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개인적으로는 1996년 OB에 입단한 뒤 가장 좋은 페이스다. 성급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의 기대를 부풀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시범경기 때 스위치 히터로 나섰다가 적응에 실패, 정규 시즌에서는 오른쪽 타석에만 들어섰던 최선수는 "이제 타구감을 잡았다. 약점이었던 왼쪽 타석의 몸쪽 공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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