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 이문제] 경남 합천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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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가야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도로개설을 두고 해인사.환경단체와 경남도가 6년째 대립하고 있다.

경남도가 해인사.가야산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1996년 12월 가야면 성기리~치인리 간 11.5㎞ 도로(너비 9m)를 개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듬해 도가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자 해인사측이 도로개설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 뒤 공청회.주민설명회.국민고충처리위 조사 등을 통해 양측은 10여 차례의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사는 지난해 3월 시작됐다.

도는 반대가 거세자 1공구(성기리~죽전리.5.2㎞)와 2공구(죽전리~치인리.6.3㎞)로 나눠 우선 2백50억원으로 국립공원구역 밖인 1공구부터 착공했다. 현재 공정은 3%선.

◇ 반발〓해인사측은 산중결의문 채택과 항의방문 등을 계속했지만 공사가 계속되자 지난달 25일 창원지법에 도로구역 결정처분취소 행정소송을 낸데 이어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에 공사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30일부터는 반대 서명운동에도 돌입했다.

해인사.환경단체는 도로가 나면 가야산의 환경을 훼손하고 해인사 문화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넘이재' 를 관통하는 터널 공사(길이 9백80m)등 발파작업 때 발생하는 진동이 팔만대장경을 보관 중인 장경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장경판에 미세한 균열이 진행된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는 만큼 도로가 개설되면 장경각의 온.습도 조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또 가야산 계곡 상류에 사람들이 몰리면 해인사를 끼고 도는 홍류동 계곡의 오염이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불교계.환경단체로 구성된 가야산환경위원회 간사 대오(大悟)스님은 "국보.보물 등 1백70점의 각종 문화재가 있는 해인사를 보호하는 것은 세계적인 관심사" 라며 "기존노선을 포기하고 국립공원 구역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도로를 내달라" 고 요구했다.

◇ 경남도 입장 = 휴일이면 해인사 진입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기 때문에 몰려드는 차량을 우회 분산시키기 위해 공사에 착공했으나 반대의견이 많으면 1공구만 끝내고 공사를 중단할 방침이다.

1공구는 온천개발지구와 5개 마을을 지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도로로 보고있다. 경남도 현길원(玄吉元)건설도시국장은 "우회 대체노선은 행정절차만 거치는데 2년쯤 걸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도는 1공구 구간이 끝나는 지점인 죽전리에서 야천리까지(6.8㎞) 노선을 유력한 대체도로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해인사.환경단체측은 도가 1공구만 마치고 공사를 끝낸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며 실력행사를 벌일 계획이어서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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