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선체 구멍 3시간 만에 침몰” 함장 “5분 만에 배 두 동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당국은 28일 오후 7시 현재 침몰된 함정의 뒷부분(함미)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내부에 있든, 외부에 있든 정부와 군의 위기대응 시스템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린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원인 규명과 실종자 생사확인 및 구조 작업이 자꾸 늦어질 경우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 네 차례 열렸지만=이명박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이후 28일까지 청와대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네 차례나 소집했다. 그 회의를 국민은 주목했다. 수많은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때문이다. 하지만 회의 결과 발표된 입장은 그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국자는 “원인은 아직 모른다.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에 맡긴 실종자 46명에 대한 구조작업은 그걸 지켜보는 가족과 국민의 가슴을 태우고 있다. 사고 해역의 조류가 아무리 빠르고 탁하다 하더라도 실종자 대다수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에 28일 밤 현재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가족과 국민은 불만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이 이날 오후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에게 “민간 잠수전문가와 상선, 헬기까지 조속히 동원해 군의 구조작업에 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속정 보냈지만=합동참모본부가 27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해군은 26일 사고 발생 28분 만인 밤 9시58분에 고속정 4척을 사고지점에 급파했지만 아무런 구조활동을 벌일 수 없었다고 한다. 해군 고속정에는 침몰하는 천안함에 접근할 수 있는 설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로부터 42분이 지난 10시40분 인근에 있던 해양경찰청의 해경정이 접근해 고속단정 두 척을 내려 침몰 중인 함정에 남아 있던 승조원 58명 중 대다수를 구조했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한나라당)은 “해군 고속정들은 천안함에서 물에 뛰어내렸던 3명 정도를 구조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설명으로 의혹 증폭=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오락가락했다. 그래서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거나 사태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다수 국민은 갖게 됐다. 합참은 첫 공식브리핑에서 “26일 밤 9시45분경 원인 미상의 선체 하부(선저)의 파공(구멍)으로 (천안함이) 3시간 만에 침몰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이튿날인 27일 오후 국회 국방위 보고에선 사고 시간을 9시30분으로 정정한 뒤 “(폭발) 2분 만에 선미가 이미 침몰했고, 20분 만에 선체 60%가 가라앉았다”고 했다.

천안함의 최원일 함장(해사45기·중령)은 27일 실종자 가족 앞에 나와 “전날 밤 9시25분쯤 ‘펑’소리와 함께 폭발했고 5분 뒤 선두 갑판에 나와 보니 함정이 반파돼 배의 반쪽이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직후 휴대폰으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가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다면 군 당국과 정부는 배가 두 동강이 난 걸 바로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합참은 ‘선저에 파공이 생겨 침몰했다’고 했다. 배에 구멍이 생긴 것과 배가 두쪽으로 갈라진 건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군이 사태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 폭발의 원인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사고 당일 밤 “기뢰 가능성은 낮다”(청와대 관계자)에서 “기뢰 가능성을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중”(27일 국회보고)이라고 하는 등 헷갈리게 설명했다. 군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실종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부모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았는데 언론 보도를 통해 실종사실을 알아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사고 당일 11시쯤에는 인근 해상에서 작전중이던 속초함이 새떼를 오인해 5분여 동안 76㎜ 함포사격을 해 북한과의 교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낳고 있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시간대별로 본 정부 발표의 차이점

▷사고 상황

- 합참 공식 브리핑(27일 0시5분)
“26일 밤 9시45분쯤 원인 미상 파공으로 침몰 중”

- 합참 국회국방위 보고(27일 오후)
“2분 만에 선미가 침몰됐고 20분 만에 60%, 3시간 만에 전부 가라앉아”

- 최원일 함장(27일 오후 5시30분)
“밤 9시25분쯤 폭발, 순식간에 반파된 것 확인”

- 국방부 비공개 한나라당 보고(28일 오전 10시)
“선미 분리 여부 함장 증언 외에 확인 안 됐다”

- 합참 공식 브리핑(28일 오후 4시)
“(파공에 의한 침몰인지, 두 동강이 난 건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 아니다”

▷사고 원인

- 청와대 관계자(26일 오후 10시30분)
“어뢰 가능성 굉장히 낮게 보고 있다”

- 합참 공식 브리핑(27일 0시5분)
“원인 전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 합참 국회국방위 보고(27일 오후)
“(기뢰 가능성과 관련)과거 자료로 분석하고 있다”

- 청와대 고위 관계자(28일 오후)
북한과 관련돼 확인된 것 전혀 없다. 어느 가능성 결정적으로 볼 수 있는 단계 아니다

▷초기 대응

- 합참 공식 브리핑(27일 0시5분)
“(해군)초계함과 (해경)경비정이 58명 구조”

- 최원일 함장(27일 오후 5시30분)
“함장실에서 구조된 뒤 생존자 구조작업 벌여”

- 한나라당 김학송 국방위원장(28일 오후)
“밤 9시58분에 해군 고속정이 현장에 왔지만 접안 설비 없어 10시40분 근해 해경정에서 58명 구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