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戰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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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유사(有史) 이래, 아니면 그 훨씬 전부터 줄곧 인류가 다툼의 형식으로 키워온 게 전쟁(戰爭)이다. 그를 표현하는 한자는 많다. 문(文)에 대해서는 무(武), 필(筆)에 대해서는 병기(兵器)의 총칭인 융(戎)이 전쟁을 말했다. 책을 놓고 전장에 나아감이 ‘기문취무(棄文就武)’, 붓을 내던지고 싸우러 나가는 것이 ‘투필종융(投筆從戎)’이다.

무기를 뜻하는 한자로 전쟁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병(兵)이 우선이고, 갑옷을 뜻하는 갑(甲), 비슷한 뜻인 혁(革), 창의 일종인 과(戈), 칼에 해당하는 도(刀), 방패의 하나인 간(干) 등도 그런 사례다. 이들은 도병(刀兵)·병과(兵戈)·병갑(兵甲)·병혁(兵革)·간과(干戈) 등으로 조합을 이룬다. 일차적으로는 대개 병장기(兵仗器)를 일컫지만, 종국에는 전쟁을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는다.

그래도 대표 선수는 병이다. 흥병(興兵)이라고 한다면, ‘전쟁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구병(構兵)이라고 하면 ‘전쟁을 벌인다’는 뜻으로, 교전(交戰)과 같은 의미의 단어다. ‘그친다’는 뜻의 한자어인 미(弭)를 붙여 ‘미병(弭兵)’으로 적으면 전쟁을 잠시 멈추는 정전(停戰), 또는 휴전(休戰)이다.

봉수(烽燧)도 전쟁을 의미했다. 일정한 간격의 산봉우리 위에서 불을 지펴 연기·불꽃을 올림으로써 전쟁의 시작과 끝, 중간의 전황(戰況) 등을 알리는 장치다. 낮에 연기를 피워올리는 게 봉, 밤에 불을 지펴 올리는 게 수다.

따라서 ‘봉화(烽火)가 올랐다’는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다. 같은 뜻으로 봉연(烽煙)과 연화(煙火) 등이 있다. 연기가 곧장 치솟게 하기 위해 늑대의 배설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낭화(狼火) 또는 낭연(狼煙)으로 표현했다.

전쟁은 참혹하다. 그래서 전화(戰禍)·병재(兵災)·병화(兵禍)라는 말이 생겼다. 전쟁에는 불길이 빠지지 않고 늘 따라붙는다. 그래서 병화(兵火)와 전화(戰火)라는 말은 전쟁의 대명사다.

끝나지 않은 싸움, 60년 전의 6·25전쟁은 아직 그 상태다. 북한과의 첨예한 대립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를 긴장케 한다.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의 참변도 그 하나다. 적에 대한 물 샐 틈 없는 방어, 참변을 당한 유족들에 대한 깊은 사회적 배려가 모두 중요하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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