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 숨쉰다" vs. "체온 32도 되면…" 생사의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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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을까. 부디 그래야 할텐데.

천안함 침몰 사흘째인 28일, 이제 온 국민의 관심은 실종 승조원들의 생존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에서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을 조심스레 거론한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 염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천안함의 격실 구조상 일단 유사시 격실에 고립된 승조원들이 외부 공기유입 없이도 최대 69시간 버틸 수 있다는 군 고위 관계자의 보고가 그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들며 이런 낙관론을 일축하는 측도 있다.

국방위 보고에 따르면 천안함의 격실은 해군 용어로 '수밀격실'로 불린다.

민간선박과는 달리 내부 구조가 바닷물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격실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승조원들은 유사시 이 안에서 일정 시간 머물 수 있어 생존 가능성이 있다.

격실내 공기가 남아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부력을 함께 유지해 침몰시간도 최대한 늦추게 된다. 천안함에는 이같은 격실이 수십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격실에 물이 들어오지 않거나 공기가 남아 있거나 하면 혹시 생존해 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는 국방부 보고는 이런 함선 구조에서 나온 것이다. 일부에선 바다에 뛰어든 승조원들 중 일부가 부유물등을 의지해 표류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비해 비관론자들은 몇 가지 이유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추위에서 오는 저체온증과 어려운 구조 여건이다. 사람의 정상체온은 36.5도에서 37.5도 사이. 환경적 변화로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면 심장마비를 일으켜 생명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체온이 32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오고 혼미한 상태가 된다. 이럴 경우 1시간 내에도 심장이 멎을 수 있다. 현재 서해안 바닷물 온도가 3도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고, 배가 침몰한지 이틀 가까이 흘렀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응급의학과의 한 전문의는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은 개인차가 워낙 커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수온과 상관없이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는 점은 사망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표류자들의 생존 가능성도 부인한다. 통상 영상 8~10도의 수온에서 사람이 물에 빠진 채 3시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해난 구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해경은 "국제적인 사례로 볼 때 건강한 사람이라도 구명동의 등 별도의 장비없이 영상 8~10도의 물에서 3시간 이상 버티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디지털뉴스룸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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