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체 (주)지한정보통신…비리의 온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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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분식(粉飾)회계 및 과잉 홍보-투자자금 모집-주식 무상취득-공무원 등에게 로비-주가 조작 및 횡령-일반 투자자들 피해…' .

지난해 7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달의 벤처인' 으로 선발된 한 벤처기업인의 비즈니스 행태다.

무인 민원서류 발급기계를 만든다며 일반인 및 기관투자가들로부터 2백50억여원을 투자받은 벤처업체 ㈜지한정보통신의 실체는 비리(非理)의 진열장이었다.

서울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金佑卿)는 27일 이 회사 이성호(李聖浩.46)사장 등 관련자 11명을 적발, 이 가운데 李사장 등 8명을 구속기소했다.

1998년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가 벤처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99년.

李사장은 "멀티 영상광고 장치로 특허를 받았다" 며 투자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에게 접근, S캐피탈로부터 10억원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묻지마 투자' 에 휩싸였던 개인투자자 수백명이 1백50여억원을 이 회사에 투자하기에 이르렀다. 李사장은 "코스닥에 상장되면 액면가의 5천배에 이를 것" 이라고 과장된 소문을 퍼뜨리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특허만 있을 뿐 생산설비는 없고 무인 민원서류 발급기 역시 타사 제품을 사서 영상광고 장치만 조립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李사장은 특히 유상증자를 가장해 35만주의 주식을 무상으로 취득, 3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계장부는 영업 순손실이 연간 20여억원(99년)임에도 불구하고1억여원의 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졌다.

또 영업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회계 장부에는 42억여원의 매출이 있는 것처럼 조작한 뒤 회사 직원들을 PC방 등에 투입해 고가 매수주문을 내는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납품계약이 한 건도 체결되지 않자 서울 강남구청에 61대를 무상 납품한 뒤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계약서를 받아 유상 공급한 것처럼 홍보했다. 李사장은 강남구청 홍성호(洪性鎬)지적과장과 주임(구속)에게 회사주식 1천주와 현금 1천만원씩을 건네줬다는 것.

그는 횡령한 돈으로 12억원 상당의 호화빌라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정용환.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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