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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왕실 신세대들 '파격 결혼'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혼기가 꽉찬 유럽왕실의 신세대 왕자들이 잇따라 평민 출신 여자를 배필로 맞이하면서 왕가의 달라진 결혼풍속도를 실감케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3일 왕실 존폐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최근 서유럽 왕실의 결혼얘기를 소개하면서 신세대 왕자들이 폐쇄적인 왕실의 결혼관습을 바꿔놓고 있다고 전했다. 평민 여자와 왕자의 결혼 이야기는 '신데렐라' 를 비롯한 동화와 전설의 단골 소재고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리는 로맨스도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세대 왕자들의 평민 신부 선택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신세대 왕자들의 애인들이 단순히 귀족 출신이 아니라는 점 외에도 독재정권 수뇌부의 딸이라거나 마약복용 경력이 있는 미혼모, 속옷모델 출신 등 일반가정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화려한 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선택은 정말로 파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2월 결혼하는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33)왕세자의 약혼녀 막시마 소레기에타(29)는 아버지 호르케가 아르헨티나 비델라 독재정권 시절 농무장관을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혼 압력을 받았다. 파경을 겪을 뻔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호르케가 결혼식은 물론 왕실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의회가 결혼을 허락해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해 9월부터 노르웨이의 호콘(27)왕세자와 동거 중인 메테마리트 셰셈 호이뷔(27)는 더 심한 경우다. 오슬로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는 호이뷔는 당초 네살짜리 아이를 둔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에 문제가 됐으나 아이 아버지가 마약 범죄자인 데다 호이뷔 본인도 마약 파티에 자주 참석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호콘 왕자는 반대가 너무 심해 한때 왕위 포기까지 고려했지만 하랄 왕의 축복 속에 오는 8월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스페인 펠리페(33)왕자와 교제 중인 에바 사넘(26)은 전직 속옷 모델 출신이란 점이 보수적인 가톨릭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왕자들의 선택은 어떻게 보면 왕가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뀜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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