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예상되는 법적 분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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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질 전망이다. 지역마다 선거방식이 조금씩 다른 데다, 공화.민주당이 자신에 불리하다 싶으면 앞다퉈 "투표 방식이 잘못됐다"며 법원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 잠정 투표=투표장의 유권자 명부에 이름이 없어도 일단 투표하도록 하는 게 잠정 투표다. 2000년 대선 때는 19개 주에서 실시했으나 이번에는 전체 50개 주에서 모두 도입했다. 저소득층이나 흑인 등 인종적 소수파가 유권자 등록을 했어도 선거기관의 잘못으로 유권자 명부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미 정부기관인 '미국 공민권 위원회'에 따르면 2000년 선거 때는 400만~600만명이 이런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따라서 잠정투표 후 유권자 등록 여부를 확인, 투표의 유.무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권자가 다른 선거구의 투표소에서 잠정투표를 했을 경우다. 이를 유효로 인정할지는 주마다 다르다. 저소득층.흑인 등의 지지가 많은 민주당은 유효를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오하이오.미시간주의 '무효 처리'규정에 대해 민주당이 제기한 소송을 연방고등법원이 기각했다. 유효표로 인정하고 있는 아이오와 주에선 공화당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 부재자 투표=플로리다주에선 2주 이전에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5만80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투표용지를 받지 못해 선거기관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2000년 선거 당시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차이가 537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일부 주에선 부재자 투표의 유효 시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규정은 투표 시간 마감 때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해야 인정된다. 그러나 "투표 마감 시간까지 우체국 소인이 찍히면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투표방식=새롭게 전자투표가 도입된 플로리다주에선 종이 기록도 함께 남겨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다."종이 기록이 없으면 부정이 저질러질 가능성이 있고, 전자 투표 데이터가 없어질 경우에 대비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플로리다 주법은 표차가 1% 이하로 나오면 재검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자투표로는 불가능하다.

콜로라도주에선 2일 '선거인단 배분 방식'에 관한 주민투표도 함께 실시됐다. 주민투표에선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한다"는 개정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다. 통과되면 이번 대선부터 적용된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을 약간 앞서 왔던 공화당으로선 개정안이 채택되면 큰 손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공화당은 "투표방식은 (주민투표가 아니라) 주 의회에서 결정한다"는 연방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소송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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