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시간 장관' 경질 법무부·검찰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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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검찰 재직시절 추진력과 합리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분이 장관으로 오셨으니 이제 법무부와 검찰도 '충성 문건' 파동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난 셈이다. "

23일 오후 최경원(崔慶元)전 법무부 차관이 장관에 발탁되자 법무부와 검찰 고위 간부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무거운 짐을 떨어낸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검찰 간부들은 특히 崔장관이 1999년 사법시험 동기생(8회)인 박순용(朴舜用)대구고검장이 총장에 발탁됨에 따라 검찰을 떠난 점을 들어 "언젠가 장관으로 돌아올 분이란 예측이 맞았다" 고 입을 모았다.

당시 崔차관은 업무능력을 높이 평가한 김태정(金泰政)장관에 의해 유임이 결정됐으나 일부 동기생들이 용퇴를 거부해 인사가 난항을 겪자 자진사퇴해 동기생들의 동반퇴진을 유도했었다.

한편 '충성 문건' 파동으로 자진 사퇴한 안동수(安東洙)전 법무부장관은 23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사흘간 근무한 법무부 청사를 떠났다.

취임식과는 달리 이임식에는 검찰 간부들의 참석범위를 축소하는 관례에 따라 법무부 간부들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이명재(李明載)서울고검장.대검찰청 간부 등 1백50여명이 참석했다.

이에 따라 이임식장 분위기는 전임 김정길(金正吉)장관 때에 비해 더욱 썰렁한 분위기였다.

安전장관은 이임사를 통해 "모든 게 부덕한 내 탓" 이라면서도 "컴퓨터에 입력돼 있던 문건을 (기자가)여직원을 꾀어 입수한 뒤 나를 공격할 때는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다" 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대통령과 검찰.법무 가족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며 "3일이나마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고 퇴임 소감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23일 오전 安전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사실이 발표되자 그동안 파문 확산을 우려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던 법무부 간부들은 "사태가 조기에 수습돼 다행" 이라면서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위 간부들은 安전장관 파문으로 야기된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해 분주했고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이 검찰을 '도구화' 하려다 생긴 사태라는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오는 26일 총장 취임이 예정된 愼대검차장은 이날 전국 검찰 간부들에게 "검사들이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맡은 업무에 전념토록 지도하라" 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의 한 간부는 "安전장관도 마음고생이 심했겠지만 '문건 파동' 과 무관한 검찰이 또다시 정치권 공방의 희생이 될까봐 걱정했다" 며 "검찰이 상처를 입기 전에 사태가 수습돼 다행" 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 검사들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법무행정의 총책임자로 발탁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란 점에서 정치권은 반성해야 할 것" 이라고 이번 사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장정훈.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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