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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배우자 구하려면 소개팅 하기보다 나이트클럽 가는 게 낫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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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의외의 선택,뜻밖의 심리학
김헌식 지음, 위즈덤하우스
304쪽, 1만1000원

묘한 책이다. 전방위 문화평론을 해온 지은이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들의 논문을 보고 착안해서인지 일반적인 심리학책 범주를 벗어났다. 『괴짜경제학』(팀 하포드 지음)·『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 지음)·『대중문화의 겉과 속』(강준만 지음)을 뭉뚱그린 책이랄까. 지은이는 ‘문화심리학으로 본 소비’라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이를테면 영화 ‘올드보이’에서 무의식의 비밀을 읽어내고, 여자 아나운서와 교사 중에 골드미스가 많은 이유를 ‘선택의 다양성’이 빚은 딜레마로 설명하는 식이다.

‘욕쟁이 할머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분석한 대목을 보자. 그 할머니 앞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격식이 사라지기에, 욕을 듣는 사람들이 수평적 심리를 통해 안온감을 느끼기에 좋아한단다. 게다가 욕에 으레 따르는 과격한 행동을 염려할 필요가 없어 욕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나. 여기에 욕쟁이 할머니의 욕은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들을 위로해주는 ‘감성소음’ 역할을 한단다. 또 권력을 얻기 위해선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해야 하는 ‘마키아벨리 효과’의 역작용으로 꾸미지 않는 할머니의 욕이 정감있게 들린다는 ‘이론적’ 설명이 뒤따른다.

‘배우자를 구하려면 소개팅을 하기보다 나이트클럽으로 가라’는 설명도 눈길을 끈다. 일단 소개팅은 아쉬운 사람이 나오지만 나이트클럽은 풍요를 누리기 위한 사람이 오기에 퀸카가 나올 가능성이 더 많단다. 그리고 소개팅에선 형식적 조건을 내세워 실제 됨됨이 전체를 알 수 없지만 나이트 클럽에선 잘 보이려 얌전을 빼는 대신 즐기고 놀기 위해 왔기에 평소 행동을 가림 없이 드러낸다고 한다. 나이트클럽에선 만난 이들이 친해지는 속도도 빠르고, 실제 모습도 알기 쉬운 이유란다. 지은이는 ‘정보비대칭’ 이론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상대방은 내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나는 상대방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를 뜻하는 이 이론은 1970년 경제학자 애컬로프가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인이 고객에 비해 우위에 서는 이유를 설명할 때 동원했던 것이다.

책에는 이밖에도 ‘공짜표를 얻고도 극장에 가지 않는 까닭’ ‘햇빛 좋은 날에는 중요한 선택을 피해야 하는 이유’ ‘무료봉사자에게 돈을 준다고 하면 왜 그만둘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러나 흘려보내는 경제·문화현상에 대한 풀이가 가득하다. 각종 경제학· 심리학 이론과 다양한 국내외 사례가 곁들여져 흥미롭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데 유용하기도 한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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