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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도 거부한 이라크 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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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목회자 5명이 이라크에 무단입국했다 귀국했다.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의 소재파악과 신원확보 그리고 설득끝에 무사히 돌아왔다.

이들의 짧은 이라크내 체류기간 중 현지인들조차 한국의 이라크내 선교활동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갈수록 악화하는 이라크 정세 그리고 중동의 반기독교 감정 속에서 '충돌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입장이다.

요르단을 거쳐 모술에 도착한 이들 목회자들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평소에 친분을 쌓아둔 현지인 목회자는 "택시에서 한 발짝도 내리지 말고 돌아가라"고 당부했다.그는 또 "당신들은 물론 모술 내의 기독교인들과 교회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단계에서 이라크내 선교활동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지난 8월에는 바그다드 및 모술의 교회 4곳에 폭탄테러가 발생했다.10월에도 바그다드 교회 5곳이 폭발피해를 입었다.최근에는 미니버스에 타고있던 기독교인 7명이 폭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분노와 좌절에 빠진 이라크내 이슬람 과격세력들은 올해들어 주류점 등을 운영하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10년전만해도 140만이었던 이라크 기독교인 인구는 현재 70만으로 줄었다.해외에 연고를 둔 기독교인들은 기회만 되면 이라크를 빠져나가려 한다.

이라크 뿐만 아니다.한국의 파병이후 중동 및 이슬람세계에는 반한감정이 커지고 있다.이집트의 한인회는 11월 개최예정이었던 체육대회도 연기했다.'기독교' 국가인 미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서 '친미국가'로 알려진 한국의 교민들은 그만큼 조심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중동내 '공격적인' 선교활동에 대한 외국언론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지난 1일자 요르단 발 기사에서 "한국인들의 중동선교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지적했다."한국인이 새로운 곳에 가면 교회를 세우고 중국인은 식당을 열고 일본인은 공장을 세운다는 말이 있다"는 40대의 한국인 선교사의 말도 신문은 인용했다.중동의 영향력있는 친(親) 이슬람 인터넷 웹사이트인 '이슬람온라인'은 같은 날 NYT 기사를 '톱'으로 채택했다.

현재 중동내 이슬람과격세력들은 한국을 공격할 혹은 위협할 빌미를 찾고 있다.지난 6월 김선일씨를 살해한 '일신과 성전'도 자체 홈페이지에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죽였다'라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중동에서 기독교 선교는 근본적으로 문화가 다르기때문에 충돌이 자주 빚어지며, 이로 인해 테러위협이 종종 발생한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mir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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