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신비한 여성호르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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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8년 정도 오래 산다. 술과 담배를 적게 하고 매사 조심하는 여성 특유의 생활습관 덕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여성호르몬이다. 난소에서 하루 0.35g씩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은 의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물질이다. 여성호르몬은 크게 두가지 작용을 지닌다.

첫째 미용효과다. 여성호르몬은 신체 곳곳에 작용해 여성을 여성답게 만든다. 사춘기 이후 맵시있는 몸매 등 여성의 2차 성징은 모두 여성호르몬의 작품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을 10년 동안 복용하면 피부가 8년 가량 젊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질이 바로 여성호르몬이란 찬사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둘째 여성호르몬은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 안면홍조와 질건조증같은 폐경증후군과 골다공증에 효과적임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혈관을 보호해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하며 치매와 대장암 예방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흠이라면 유방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 역시 통계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설령 유방암이 생긴다 하더라도 여성호르몬요법을 받을 경우 유방암 검진을 더욱 철저히 받게 되므로 유방암으로 숨질 확률은 오히려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미 국립암연구소는 유방암 수술환자에게 여성호르몬요법을 실시한 결과 정상인보다 재발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까지 내놓았다.

물론 인위적으로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게 좋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몸에서 부족한 것을 외부에서 보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여성호르몬요법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으므로 한달 평균 2만~3만원이면 가능하다. 폐경여성이라면 의사와 상의해 여성호르몬요법을 받아보기 바란다.

홍혜걸 기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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