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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집이야기] '하워즈엔드' '노팅 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어떤 집을 짓고 사는가는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래.위층에 각각 다른 세대가 사는 아파트 형태는 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는 일찍부터 일반화됐으나 영국 및 영국의 영향을 받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가구와 수직적인 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전통이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하워즈 앤드' 와 '노팅 힐' 은 한 가족이 보통 5, 6층으로 구성된 다층주택을 수직적으로 사용하는 영국형 타운하우스를 잘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20세기 초가 배경인 '하워즈 앤드' 는 살고 있는 런던 타운하우스가 곧 헐리게 된 마거릿 자매에게 친지인 윌콕스 부인이 시골집 하워즈 앤드를 상속해 주면서 생기는 갈등이 줄거리다.

마거릿 형제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는 다른 집들과 양 옆 벽은 공유하지만 아래.위층을 가진 단독주택과 같은 형태다.

거리에서 직접 이어지는 현관에는 작은 응접실 공간이 있어 집에 온 손님을 간단히 만날 때 쓰이고, 한층씩 올라가면서 거실.침실 등이 이어진다. 층을 올라갈수록 사적인 공간으로 친한 사람은 위층으로 안내한다.

즉 주택 안에서 상.하층과 전.후면 공간의 구분을 통해 개인적 공간, 남자의 공간과 여자의 공간 등으로 차이가 있다. 하워즈 앤드의 실내장식은 빅토리아 양식의 가구 및 소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작은 서점 주인과 미국 유명 여배우의 사랑이야기가 줄거리인 '노팅 힐' 은 현대 런던이 무대지만 활기차고 인간적인 노팅 힐의 거리 모습과 그곳에 늘어선 타운하우스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파란색 문을 가진 주인공의 집은 소규모 타운하우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옆집과 양 벽을 공유하면서 좁은 폭을 가진 집으로 현관.부엌.침실 등이 반층씩 차례로 옥상까지 이어진다.

창 밖으로는 좁은 골목 건너 이웃의 벽돌벽이 전망의 전부다. 한층씩 만들면 넓은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는 아파트를 좁고 여러 층으로 이뤄진 타운하우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다른 가족이 내 머리 위에 사는 것을 싫어하는 문화적인 배경 때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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