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총재 건대특강 학생들 저지로 무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http://www.leehc.com)총재가 22일 저녁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특강을 하려다 학부 학생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李총재는 교문 앞에서 3시간30분간 기다렸으나 교수.대학원생들이 "죄송하다. 다음 기회에 해달라" 고 요청하자 돌아섰다.

◇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李총재는 이날 오후 6시쯤 건국대에 도착했으나 교문을 막고 선 학생회 소속 30여명과 부딪쳤다. 학생들은 "반민족.반민주 이회창은 돌아가라" 고 외쳤다. 이들은 "수업을 받고 싶다" 는 대학원 수강생 3백여명과도 충돌했다. 오후 8시쯤 맹원재(孟元在)총장.이은재(李恩宰)정치대학장 등이 李총재를 찾았다.

▶이은재 학장=(울먹이며)뭐라 말씀 못 드리겠다.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줬는데 죄송하다.

▶李총재=괜찮다. 학생들을 다시 설득해달라. 기다리겠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됐고 당초 특강이 끝나는 시간인 오후 9시30분쯤 李학장과 대학원생 대표가 다시 李총재를 찾았다. 李총재는 결국 "정말 아쉽다. 다음에 꼭 하겠다" 며 물러났다.

이 자리에 있던 건국대 출신의 김낙기(金樂冀).강신성일(姜申星一).김학송(金鶴松).권기술(權琪述)의원은 "부끄럽다" 며 씁쓰레한 표정이었다.

◇ "대북사업 재검토해야" =李총재는 사전에 배포한 특강 원고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흔들리고 있다" 며 현대문제.재벌정책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대문제와 관련, "이로 인해 야기될 국민경제 부담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엄중 경고한다" 며 "금강산 관광사업 등 현대 부실을 야기하는 대북사업에 대해 재검토하라" 고 요구했다.

현 정권의 재벌정책에 대해선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정책의 전형으로 표면적으론 급진세력의 재벌해체론에 동조하지만 속으론 역대 정권 못지않게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심하다" 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