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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관계 부시 취임 이후 급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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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과 인도 관계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급진전되고 있다. 냉전시대에 인도는 친소(親蘇) 노선을 걸었으나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은 인도를 남아시아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했으며, 인도도 중국.파키스탄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 급속히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의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지난 1일 부시가 미사일방어(MD)계획을 발표했을 때 즉각 지지 표명을 한 데 이어 지난 11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인도 방문 때 지지를 다시 천명함으로써 거듭 확인됐다. 인도는 다음달 헨리 셜턴 미 합참의장의 인도 방문 때 MD 등 구체적인 군사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의 인도 중시는 인도를 일본.대만.호주를 잇는 거대한 중국 포위망의 한 축에 포함시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안보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 있어 인도는 동아시아의 일본, 동남아시아 및 남태평양의 호주와 같은 위상을 남아시아에서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인도가 미국에 바짝 접근하게 된 배경에도 전략적 이해가 깔려 있다. 우선 인도는 1998년 5월의 일방적 핵 실험 이후 사사건건 핵 보유에 트집을 잡아온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감지했다. 앞서 클린턴 정부 때인 99년 10월 미 의회는 자국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가입 비준을 거부했음에도 미국은 그동안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인도에 CTBT 가입을 줄곧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를 강요하지 않고 인도의 핵 보유까지 사실상 묵인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광활한 영토와 10억 인구, 우수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장차 유엔 안보리에 진입하기 위해 핵 보유를 강력하게 희망해온 인도로서는 크게 고무돼 있다.

인도는 급기야 미.소간에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의 파기를 의미하는 MD지지를 천명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했던 전략적 파트너 관계 약속을 사실상 뒤집어버렸다.

인도는 중국.파키스탄의 미사일 위협을 'MD 우산' 으로 막아주겠다는 미국의 제의에도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인도는 또 98년 핵 실험 이후 미국이 취한 경제제재 조치가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움직임에 고무돼 있다.

이같은 미.인도의 밀착에 중국과 파키스탄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1일 아미티지의 인도 방문에 맞춰 주룽지(朱鎔基)총리를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에 보내 대규모 군사.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20일에는 인도 주재 대사를 통해 "인도의 MD 지지가 중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 이라고 경고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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