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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매장 관련 서류 일 외무성 어딘가 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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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중근 의사가 순국할 때까지 옥고를 치렀던 중국 옛 뤼순(旅順) 감옥 앞에 선 박룡근 회장.

“영웅이 없는 민족도 비참하지만 영웅을 잃어버리는 민족은 더 비참해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안중근 의사 유해의 한·중·일 공동 발굴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순국 100주년을 맞은 안 의사의 족적을 찾아 중국 뤼순(旅順) 감옥 일대에서 10년간 활동해 온 박룡근(59) ‘안중근연구회’ 회장의 말이다. 중국 동포인 그는 다롄(大連)시로 편입된 뤼순 일대에 거주하면서 2008년 3월 한국 정부의 안 의사 유해 발굴 작업에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2000년에 만들어진 안중근연구회는 다롄과 뤼순 일대의 중국 동포 40여 명으로 구성된 민간 조직이다. 뤼순과 다롄에 사는 동포들이 안 의사의 사상과 철학을 연구하기 위해 조직됐다. 지금까지 10여 편의 안 의사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박 회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2008년 한국 정부가 발굴에 실패한 뒤 새로운 단서가 나왔나.

“뤼순 현지에서 추가로 발굴된 문건이나 증언은 아직 없다.”

-유해 발굴 작업을 했던 뤼순 감옥 뒤의 아파트 공사장 사정은 어떤가.

“아파트가 거의 완공돼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입주할 것이라고 들었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 이상 추가 발굴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은 이미 자세히 조사해 유해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

-지난해 새로운 매장 추정지로 인근 배나무 골짜기를 지목했는데.

“추정할 뿐 뒷받침해 줄 사료가 없어 거기라고 확신은 못 하겠다. 막연히 땅을 파 볼 수는 없지 않겠나.”

-대통령이 한·중·일 공동 발굴을 제안했는데.

“일본이 협조한다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일본이 할 수 있는 협조란 무엇인가.

“1945년 8월 일제가 투항할 때 뤼순 감옥의 관련 자료를 대부분 소각했다고 한다. 그래도 안 의사 관련 서류는 일본 외무성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자료를 숨기고 있다는 건가.

“안 의사가 순국하기 전부터 입관할 때까지는 공개된 자료가 많다. 그러나 감옥 뒷산 공동묘지에 묻었다는 내용 외에 다른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과거 자료를 잘 보관하니 어딘가에 있을 거다.”

-지금까지 중국의 유해 발굴에 대한 협조 태도는 어떤가.

“중국 정부는 이미 많은 협조를 했다. 2008년에도 아파트 공사를 중단시키면서 한국 측의 발굴을 도왔다. 당시 아파트 건설업체가 (공기가 늦춰져) 상당한 손해를 감수했다고 들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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