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감사원 특감] 복지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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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약분업과 관련, 감사원이 문제삼는 보건복지부의 실정(失政)은 두 갈래다.

하나는 의약분업 추가 비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고 또하나는 건강보험 재정을 정확히 예측하지 않고 무리하게 의보 수가(酬價.진료 및 조제의 가격)를 인상했다는 점이다.

◇ 잘못된 분업비용 추계〓의약분업을 추진한 복지부 보건정책국과 건강보험을 맡은 연금보험국이 1998년 이후부터 줄기차게 대립해 왔던 부분이다.

98년 10월 복지부 연금보험국은 의료보험연합회의 자료를 받아 분업으로 연간 8천억원이 더 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곧바로 보건정책국은 분업을 하면 약제비가 줄어 추가비용을 상쇄하기 때문에 돈이 더 안든다고 반박했다.

당시 김모임(金慕妊)장관은 보건정책국의 손을 들어 추가비용이 없는 것으로 정리했다.

99년 5월 부임한 차흥봉(車興奉)전 장관 역시 이같은 기조를 이어받아 그 해 12월 국회에서 "돈이 더 안든다" 고 보고했다. 車전장관은 민주당과 청와대에도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결국 지난해 6월 1조5천억원이 더 든다고 입장을 바꿨다. 올해 3월 추가비용은 3조7천여억원으로 늘었다.

◇ 과도한 수가 인상〓당국은 99년 11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50% 가량 수가를 올렸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해 9월(9.2%), 올해 1월(7.08%)이다.

올 1월 인상은 지난해 9월 인상 때 의료원가 보전 차원에서 올리기로 예정돼 있었다. 지난해 9월 의사 달래기라는 비난과 수가 계약제를 위반했다는 절차상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수가인상을 강행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5대4로 가까스로 위헌을 면했다.

◇ 복지부 반응=車전장관은 17일 "허위 보고는 없었으며 분업 후 상황이 달라진 것" 이라며 "복지부 실무자들을 문책할 일이 아니다" 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과정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장.차관이 책임을 진 마당에 실무자까지 징계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 며 허탈한 표정이다.

복지부 한 사무관은 "현 정부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여당 내 의약분업 원칙론자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복지부는 협의해가며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는데 우리에게만 책임을 묻느냐" 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의보재정 추계와 관련해 한 국장은 "약국 임의조제를 강력히 단속해 당초 예상보다 많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의보재정을 어렵게 했다" 면서 "사실상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결과만 갖고 따지면 누가 책임감있게 일하겠느냐" 고 말했다.

한 과장은 잇따른 수가 인상과 관련, "의사 파업을 중단시켜 국민 불편을 없애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결정한 것일 뿐 복지부는 수가 인상이 의보재정에 미칠 악영향과 절차상 하자를 여당에 보고했었다" 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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