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 두달… 수중 생태계 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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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6일 오후 2시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한탄강. 강 폭이 1백여m에 이르는 이곳은 무려 5㎞ 구간에서 물길이 10여일째 완전히 끊겨 사막을 연상시킨다.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 '죽은 하천' 이 돼버렸다.

주민 안경헌(安慶憲.37.상업.연천군 전곡읍 전곡6리)씨는 "예년 이맘때면 임진강에서부터 강을 거슬러 민물참게 새끼가 무리지어 올라왔지만 올해는 가뭄 때문에 참게의 그림자도 구경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사곡리 사곡천도 마찬가지였다. 가뭄으로 말라붙은 30~40m 너비의 강 바닥을 대형 포클레인이 굉음을 내며 파헤치고 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가을부터 수해방지 제방 공사를 벌이면서 마구잡이로 골재를 채취해 졸졸 흐르던 물줄기마저 끊긴 상태다.

두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봄 가뭄으로 중부지방의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탄강.임진강 상류 지천인 강원지역의 사곡천.마현천.내린천 일대에서는 당국이 무분별하게 골재 채취까지 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를 가중시키고 있다.

얼마 전에만 해도 메기.꺽지.어름치 등이 뛰놀던 마현천과 사곡천에서는 최근 이들 어종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대천에서도 정부 지정 보호어종인 묵납자루.참마자.왜매치.갈겨니 등 토종 물고기 10여종이 급속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더구나 한탄강은 수량이 감소하면서 주변에서 흘러든 생활하수와 공장폐수에 의한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포천군에서 유입되는 영평천과 양주군.동두천시를 경유해 들어오는 신천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시커먼 모습이다.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李錫雨.43)사무국장은 "산란철을 맞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장소마저 사라지고 있다" 며 "앞으로 가뭄이 10여일 더 지속되면 한탄강 일대의 수중 생태계는 완전히 망가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물고기의 서식환경 보호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지대 최준길(崔俊吉.44.생명과학과)교수는 "가물 때는 물이 많은 곳으로 이동한 물고기들 사이에 서식지 쟁탈전이 생겨 생장에 지장을 받고 어종이 급감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따라서 가뭄 때는 하천 바닥 준설 등 서식여건 파괴를 막고 곳곳에 인공 산란장과 수초 등 서식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찬호.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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