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교육을 일으켜세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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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근의 공교육 위기론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을 표시하면서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킬 '교직 발전 종합방안' 을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민주당도 어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때마침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는 한국에 대한 평가서에서 "공립학교의 낮은 교육 수준이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며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토록 권고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개혁을 강조했음에도 우리의 교육 현실이 아직도 유엔의 지적을 받아야 할 지경이라니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기가 찰 노릇이다.

요즘 우리의 공교육 현장은 어떤가. 하향 평준화 정책이 20년 넘게 유지돼 오면서 교실은 붕괴된 지 오래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 수업시간에는 다른 참고서 공부를 하거나 심지어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으로까지 활용한다. 교사들은 정년 단축 등으로 자부심과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한해 사교육비가 공식 집계된 것만 7조원을 넘어 전체 교육 예산(22조7천억원)의 3분의1에 가깝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는 교원 정원을 늘려 교사 수급을 원활히 하고 처우 개선을 통해 수업 외 잡무를 대폭 줄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선 교사들의 경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각종 잡무 처리로 1인 3역 또는 5역을 해야 하는 게 요즘 교단의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초.중.고교 교사 2천6백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교사들은 교직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고충으로 '과도한 학사 행정 업무 및 잡무 처리' 를 꼽았다.

정부가 역점 사업의 하나로 추진해 온 학교 정보화 사업도 교사들의 잡무를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 1만여 초.중.고교의 컴퓨터실과 교실이 초고속 인터넷 회선으로 연결됐지만 활용도가 낮은 데다 일부 학교의 경우 통신비를 감당하기조차 벅차다고 한다.

더욱이 '국민의 정부' 들어 교육 개혁 조치의 하나로 교원 정년을 단축, 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났지만 대체 인력은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들이 잡무에서 해방되지 않고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없고 결국 공교육 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교사 수를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만 해도 교사 1인당 학생 비율이 선진국은 10~20명인 데 비해 우리는 31명에 이른다. 아울러 교사들에 대한 처우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퍼주기식' 의 교사 사기 진작책이나 교육환경 개선만으로는 쓰러진 공교육을 다시 일으켜세울 수 없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질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 재교육과 진급.보상 체계를 분명히 하는 등 자질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교직 사회의 사기와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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