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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 고려대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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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1일 서울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강연을 한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 최승식 기자

"오늘날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는 1일 오전 고려대 경영대 초청으로 열린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정표'란 특강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쌀 등 특정 품목을 빼고 협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크린쿼터 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힐 대사는 "영화관 상영일의 40% 이상을 한국영화로 상영하도록 강제하는 현행 스크린쿼터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FTA를 체결할 경우 미국.중국 등에 한국 제품이 밀릴 것이라는 국내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덩치 큰 이들 나라가 갖지 못한 스피드와 기술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400여명의 학생이 참석한 이날 특강은 1시간30분 동안 통역과 함께 진행됐다. 강연 후에는 비자.북핵.미 대선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졌다는 불평이 가장 많았다. 힐 대사는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비자 면제 대상국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것이 재임하는 동안의 목표"라고 밝혔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가장 괴로운 일이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 그는 "북한에 무력을 사용한 선제 공격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6자 회담과 병행한 북한과 미국, 중국과 북한 등의 양자 회담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자회담을 하더라도 한국 정부를 배제한 논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힐 대사는 미 대선에 대해 "부시와 케리 두 후보가 접전을 펼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 양국의 돈독한 우의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멋진 학교에서 공부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배웠을 것''딸(현재 이화여대 국제교육원 방문학생 자격으로 재학 중)을 고려대에 보냈어야 했다'는 등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대학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특강에서 힐 대사는 "1985년부터 3년간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할 만큼 한국은 발전했다"고 말했다.

특강 시작 10분 전부터 400여개의 좌석이 가득 차 일부 학생은 바닥에 앉아 특강을 들었다.

강연장인 경영대 대강당 앞에서는 20여명의 학생이 "이라크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으나 충돌은 없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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