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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중국 긴축정책 '바다 건너 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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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는 아무리 부양책을 써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반면 중국은 경기과열을 걱정해 긴축정책을 쓰는데도 경기가 식지 않으니 이 얼마나 대조적인가.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써온 대출규제, 은행지급준비율 인상과 같은 미시정책에도 경기가 여전히 과열 조짐을 보이자 9년 만에 처음으로 1년 만기 예.대 금리를 0.27%포인트 인상했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중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일각의 우려처럼 위안화 평가절상까지 수반된다면 이는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므로 걱정이다.

중국의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고 인상폭도 크지 않기에 당장 우리 수출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이 금리를 올린 것은 긴축정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더 큰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무마하며 경기 연착륙을 시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긴축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고, 머지않아 위안화의 평가절상이나 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 그것이 우리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금리 인상은 먼저 투자.소비와 같은 내수 경기하락을 초래해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대부분 중국 내수용보다는 수출산업에 쓰이는 부품.중간재이기 때문에 석유제품.자동차부품.건설기계.철강제품을 제외하고는 당장 우리 수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포함한 중국 내 모든 기업의 금융비용 증가로 나타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므로 결국 우리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평가절상이 있게 되면 중국은 내수용품 수입을 줄이고, 또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이 줄어들게 돼 한국 제품의 대중국 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수출이 경제를 어렵게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 경우 우리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중국의 금리 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잉투자 억제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완화, 중국 제품에 대한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개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 수출품의 경우 중국과 경합 품목보다는 보완적인 품목이 훨씬 많고,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있을 경우 우리 원화도 평가절상 압력을 같이 받게 되므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긴축정책과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비해 먼저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 판매 비중이 큰 기업의 경우 인도.브라질을 포함한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다변화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고급 제품 시장을 겨냥해 제품과 사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중간재 시장에서의 비교우위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향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이나쇼크와 같은 위기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평소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기업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열심히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국정 불안과 정책 불확실성의 요인을 제거해 줘야 한다. 그리고 위안화를 포함한 동아시아 화폐의 평가절상 압력에 대비해 평소 지나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조 강화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환율관리정책을 수립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