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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중국 때리기의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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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이 급성장해 세계의 광범위한 이슈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미국의 대선 후보들은 국내 문제를 위해선 중국을 비난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올해 미 대선 캠페인에선 중국 때리기가 사라졌다. 이 같은 변화엔 이유가 있다. 과거 미 대선은 좀처럼 중국을 봐주지 않았다. 중국은 곧잘 미국에서 선동주의의 타깃이 되곤 했다. 인민폐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중국의 환율제도는 미국 무역적자의 원흉으로 비난받았다.

또 미완성의 중국 금융개혁과 국유기업 등은 덤핑행위에 대한 국가보조금의 증거로 지적돼 왔다. 중국 수출은 대부분 국유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은 사영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미 대선 후보들은 과거 유세 때마다 노동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중국의 불공정한 비즈니스 관행으로부터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맹세를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 정치인들에겐 공산주의 국가 공격이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출마한 조지 W 부시와 존 케리는 중국 때리기가 현명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미국 기업과 미국 경제는 중국에 엄청난 이해 관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중국이라는) 배를 흔드는 데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후보가 나서 중국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할 것이며 중국의 환율제도를 바꾸라는 압력을 넣겠다고 공언할 수는 있다. 중국의 부실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2004년의 미 대선 후보자를 오히려 책임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게 할 수 있다.

사실 보호주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국내 실업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수입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국제 시장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포트폴리오 투자에 있어 중국이란 요소는 유럽과 일본 기업들에 대항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이런 사항은 이제 웬만한 미국 유권자들도 다 안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 유세 당시 반중국적인 보호주의를 외쳤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빌 클린턴도 대통령 재임시 똑같은 약속을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어떠한 중국 때리기와 어떠한 보호주의에 대한 호소도 현 시점에선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특히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중국의 정치 지정학적인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중국 흔들기는 별 의미가 없다. 적어도 현 시점에선 중국을 세계적인 차원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끄는 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미국과 공통의 이해 관계를 갖고 있다. 또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전쟁으로 치닫는 미국을 저지하지 않았었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도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중국의 봉쇄를 바랄 것이다. 또 중국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전략 목표다. 대선 캠페인용은 아니다. 특히 중국이 예측 가능한 짧은 미래에 미국을 위협할 힘이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중국은 미국 정치에 있어 긍정적 요소는 아니었다. 따라서 미 선거에서 중국이 덜 언급될수록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이 덜 거론되는 것은 이라크전쟁 뉴스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한편으론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이제 새로운 현실과 맞닥뜨렸고,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관점을 서서히 조정해 나가고 있는 한 과정이라는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판강(樊綱)중국 국민경제연구소장 겸 사회과학원 교수
정리=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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