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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성매매 단속한다고 성폭력 늘진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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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즈음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만연돼 있는 성매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식이 거칠게 표출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성인 남성의 성욕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졌다고 염려(?)해 준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이다. 여성단체들은 그 의원의 발언을 여성비하적이고 남성중심적이라고 비난했지만, (특히 많은) 남성은 심정적으로 그 의원의 발언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이렇게 여성단체와 많은 남성 사이에는 성욕에 대해 인식의 차이가 생겨날까? 대부분의 사람은 식욕과 마찬가지로 성욕도 본능이고, 따라서 성욕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그래서 통제가 불가능한 것처럼 상정한다. 성에 굶주렸다는 표현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 특히 청년들의 성욕은 공격적이어서 제때에 해소되지 못하면 성폭력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때로는 변강쇠와 같이 강한 정력을 가진 남성을 영웅시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그리고 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성매매 업소를 통해 성적인 유혹에 많이 노출돼 있다. 또한 성적인 자극(섹스 어필)이 상업적인 광고의 가장 주요한 전략으로 정착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각종 매체로부터 남성은 무기력하게 성적 소비자이자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러한 주변의 상황 속에서 남성들의 성 욕구는 여성들보다 더 수시로, 더 쉽게 자극받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모든 인간의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통제 불가능하거나 돌발적인 것만은 아니다. 또한 성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외부의 자극에 의한 인간의 심적인 반응은 즉흥적일 수는 있어도,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적인 반응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도덕성과 사회적.법적인 책임의식에 의해 통제되면서 표출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모든 국민 각자의 자기통제적인 자율성을 기반으로 해 작동되고 있다. 이러한 자율적인 통제가 부족해 성적 욕구를 함부로 외부로 표출, 타인에게 성적인 공격을 해대는 사람들에게는 사회방어 차원에서 국가가 법적으로 대응하게 돼 있다.

성인이든 미성년자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적인 자극에 대해 일으키는 반응이 일률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 성 문제에 있어 결국에는 남성들이 스스로 자연적인 성욕과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성적인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할 태세가 되어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책임있는 남성이면 자기의 성 욕구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기 선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그것이 가능하다. 어떤 남성의 과도한 성적 욕구가 타인에 대해 피해를 주는 공격적인 성적인 표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옹호 내지는 합리화하려는 견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른 사회문제와 달리 이 성 문제는 전통적으로 법적인 책임 이전에 도덕적이고 자율적인 통제가 더 유효하다고 인식돼 왔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사회처럼 만연돼 있는 성매매 문제는 자율성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고 있고, 그래서 이번에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법률 시행으로 집창촌의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히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단속을 통해 적발될까 두려워하는 남성들의 성매수 의욕 감퇴를 원인으로 들 수 있는데, 이 또한 남성들의 성욕이 통제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매매가 음성화될 수 있지만 위험부담이 늘어나고 탐색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되어 성매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은 합리적으로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은 근거가 없다.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남성이 여성을 성적인 욕구 발산을 위한 상품 내지는 도구로 비하하는 것이다. 이는 지독한 남성중심주의적 사고다. 아무리 사회가 자본주의화.상품화되고 있다고 해도 여성을 이렇게 부도덕하고 범죄적인 성매매 행위의 수단으로 여겨 물건취급하려는 사고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남성들은 돈이 있을 때에는 성매매를 하지만, 돈이 없고 기회가 되면 성폭력을 한다. 따라서 성매매가 성폭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증가시킨다.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잘못된 의식은 남녀가 함께 동등한 대접을 받으면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강진철 경문대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