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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불청객 신세' 프로농구 초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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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초대권을 가지고 왔는데 왜 못 들어가죠?" "어떻게 경기를 보러 온 사람보다 암표상들이 더 많아."

지난달 31일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홈 개막전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앞마당에서는 항의소동이 벌어졌다. 초대권을 가지고 온 1500여명이 자리가 없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

사태의 원인은 SK의 '초대권 남발'이었다. 올 시즌부터 SK가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학생체육관의 정원은 7000석. 이날 경기는 2700석이 예매가 됐고, 당일 현장에서도 1500석을 팔았다. 그런데 SK 측은 그룹사에 초대권 1만장을 뿌렸고, 장애인단체에도 1200장의 초대권을 보낸 것이다. 초대권을 갖고 온 사람들이 너무 많자 구단 측은 임시로 1200장의 입석권까지 나눠줘 총 8200여명을 입장시켰지만 그래도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입장을 못한 것이다. SK 관계자는 "보통 초대권을 보내면 오는 사람이 10%도 안 된다. 그런데 이날은 예상 밖으로 너무 많이 왔다. 이런 경우는 6~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사태는 예견돼 있었다. 예매 상황 등을 계산해보면 5일 전부터 9000명이 넘는 관중이 올 것으로 예상됐다는 게 SK 측의 말이다. 그래서 초대장을 보낸 관계사에 "경기장에 일찍 오지 않으면 입장하기 어렵다"고 언질까지 준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농구 구단은 농구팬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초대권 남발의 이면에는 개막전 TV중계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게 하려는 구단 측의 계산이 깔려있다. SK 외에 다른 구단도 초대권을 나눠준다. 다만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초대권 남발이 계속되는 한 재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1982년 프로 원년부터 초대권 제도를 아예 두지 않았던 프로야구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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