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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비정 NLL 침범 속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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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군이 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경고사격한 것은 지난 7월 14일 NLL 보고 누락사건 이후 석달여 만이다.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의 경고통신에 "(NLL을)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과 마찬가지다. "제3국 어선을 단속 중이다"라고만 응신하고 물러가지 않았다. 연평도와 소청도 사이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단속한다는 명분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북한 경비정 3척이 한꺼번에 NLL을 넘어왔다. 북측이 이처럼 과감하게 NLL을 침범한 것은 우리 해군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으로 군 관계자는 분석했다.

NLL 보고 누락사건 이후 바뀐 해군의 교전규칙과 그에 따른 해군의 경계태도를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일부 군 수뇌부 교체를 가져온 NLL 보고 누락사건 이후 해군의 교전규칙을 바꿨다. 남북 해군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자제하도록 했다. 북한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 현실적인 해상분계선인 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분계선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이날 북한 경비정이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뒤 재차 침범한 것도 전과는 다른 행동이라는 점에서 군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남북 당국 관계 경색 분위기 속에서 거친 대남 비난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나타내온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말 동해안에서 북한 잠수함이 침투한 징후에 따라 우리 군이 군사작전을 벌인 데 대해 "남조선과 미국의 조작"이라며 반발해 왔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의도라는 추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 강경론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불리한 선거결과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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