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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전면배치' 재미 못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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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부엌이 전면(前面)에 배치된 LDK(Living, Dining, Kitchen)평면의 아파트가 최근 들어 속속 입주하고 있지만 일반 구조형보다 시세가 낮게 평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전면에 방+거실+방을 배치하는 일반 구조와 달리 LDK평면(그림)은 전면을 부엌+거실+방으로 설계하는 형태다. 서구형 평면으로 최근 들어 수요가 늘어나자 주택업체들이 앞다퉈 도입해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아파트는 막상 입주한 후에는 수요가 적어 같은 평형의 일반형보다 시세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아파트는 54B평형이 LDK평면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매매 호가가 8억8000만~10억8000만원으로 일반형 구조인 54A평형보다 호가가 5000만원 정도 싸다. 인근 테크노공인중개사무소 박은자 실장은 "아직까지 서구형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소비자들이 일반형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가격을 형성하는 데 있어 이 같은 평면구조보다는 오히려 향(向)이 더 고려된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대우푸르지오 아파트는 49B평형이 3베이 LDK평면이다. 매매가가 4억8000만~5억6000만원으로 3베이 일반형인 49A평형 매매 호가(5억3000만~6억원)보다 4000만원 정도 싸다. 화곡동 LBA공인 관계자는 "동향(東向)이 많은 49B형보다 남향이 대부분인 49A형이 인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장유지구의 대우아파트는 36평형 3개 평형 가운데 A형이 LDK평면이다. 방 3개짜리 일반형인 B형과 방 4개인 C형에 비해 분양권 값이 300만~1100만원 정도 낮게 형성돼 있다. 전 가구가 남향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평면구조의 차이가 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주택 소비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주택구조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일 뿐 아니라 향이나 층 등의 전통적인 선택기준을 우선시한다"며 "그러나 주택수요가 서구화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 구조가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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