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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아름다워] 창작 뮤지컬 싹 틔우기 첫 술에 배부르랴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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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요즘 현장에선 창작 뮤지컬 논의가 활발하다. 잔잔한 추억과 사랑을 소재로 한 '달고나' '소나기' '마리아 마리아' 등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흥행 성공 여부를 떠나 외국 산과 겨루어 제 목소리를 낸 것이 계기다.

물론 외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시장을 휩쓰는 외국산 뮤지컬에 대한 반작용이 첫째요,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먹힐 만한 외국산 뮤지컬 레퍼토리가 고갈상태라는 전망이 둘째다. 조만간 '미스 사이공'이 들어오면 소위 뮤지컬 '빅4'(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캐츠)는 다 소개되는데 그 이후가 불투명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꼽는 게 창작 뮤지컬이다.

이처럼 미래가 예측 가능하다면 준비하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창작 뮤지컬 수준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정도가 못된다. 외국산과 '상대비교'해서 보는 관객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견디지 못하고 도태되는 게 태반이다.

잘 만들었어도 외면할까. 그렇지 않다. 이 대목에서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의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말이 말로 표현 못할 때 노래가 되고, 몸이 몸(연기)으로 표현하지 못할 때 춤이 된다. 창작 뮤지컬은 이런 기본 원리조차 외면한다."

춤과 노래, 연기를 적당히 섞는다고 다 뮤지컬이 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진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은 거의 없다. 미국 뮤지컬은 150년 역사를 거치면서 '특유의' 원리와 문법을 구조화했다. 창작 뮤지컬 제작에서 이런 요소들은 시간과 돈의 덫에 걸려 무시되기 일쑤다.

올해 초 공연사업에 뛰어든 CJ엔터테인먼트가 이런 구태를 벗어나고자 19일까지 쇼케이스(Show Case) 참가작을 공모한다. 아이디어 발굴-워크숍-시험 제작으로 이뤄지는 이 '인큐베이팅 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창작 뮤지컬 개발이다.

2~3년의 숙성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필수다. 창작 뮤지컬의 앞날을 위해 이런 시도는 다다익선인데 시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첫 술에 배부른 성공을 이루길 기원한다.

정재왈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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