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 “대법원장 법관인사권 독점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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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회의가 23일 열렸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 뒤를 지나 자신의 자리로 가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나라당이 사법제도 개선안을 내놓기 전 법원행정처의 의견서를 받는 등 직·간접으로 의견 교환을 했다. 그런데도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이유가 뭔가.”

“헌정사 50년간 사법부가 비판받은 건 법관 인사의 잘못 때문인데 다시 그런 제도로 회귀하자는 의견이 나와 너무 놀랐다. 민주화를 위해 국민들이 얼마나 희생을 치렀나.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위원장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가 23일 연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과 박일환(대법관) 법원행정처장 사이에 오간 문답이다. 박 처장은 지난 18일 한나라당 개혁안에 대해 대법원을 대표해 비판 성명을 낸 장본인이다. 그런 박 처장이 한나라당 안을 “민주화 이전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재차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만큼 한나라당과 사법부 간 의견 차이는 컸다.

◆사법부 인사권 논란=한나라당은 대법원장의 인사 독점을 문제 삼았다. 여상규·박민식 의원은 “선진국의 경우 법관인사위 권한이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의 경우 대법원장에게 사실상 법관 인사권이 독점돼 있는데 이게 옳으냐”고 따졌다. 박 처장은 “우리의 경우 대통령에게 법관 인사권을 준 적이 있지만 그런 식의 운영 때문에 (당시 판결에 대한) 재심사태가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판사를 임명하던 유신시절에 발생한 인혁당 사건 판결 등에 대한 재심사태를 거론한 셈이다.

야당은 사법부의 인사 폐쇄성을 비판하면서도 한나라당의 개선안을 ‘사법부 장악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사법부의 개혁이 필요하지만 힘있는 여당이 법원에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증원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김평우 변협회장은 “대법원이 한 해 처리하는 사건 수가 2만5000여 건”이라며 “일본 대법관 1명이 한 해 담당하는 사건이 평균 500건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일단 50명 정도가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처장은 “50명으로 늘리려면 결국 고등법원 재판장들이 모두 대법관으로 가야 하는데 이러면 하급심 판례와 충돌해 재심사태가 늘어나게 된다”고 반박했다.


◆“한명숙 사건 편파 수사”= 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집중 비판했다. 박주선 의원은 “표적수사, 편파수사, 강압수사, 무원칙한 수사”라 고 따졌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표적 수사가 아니다”라며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도 법정에서 ‘강압을 받은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글=이가영·정효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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