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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주류 감싸기엔 한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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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일 나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당직개편 내용을 놓고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당 쇄신에 무게를 두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3역(役) 중 핵심인 사무총장(金杞培)이 그대로 있고 權대변인도 유임해 '신선감이 떨어진다' 는 게 당내의 대체적 지적이었다. 대신 李총재의 친정(親政)체제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 "총재의 수족 역할에만 충실" 〓權대변인은 "李총재가 국민 우선정치와 당 분위기 일신에 다가가는 인물을 찾고자 노력했다" 며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임태희(任太熙)제2정조위원장.전재희(全在姬)제3정조위원장을 예로 들었다.

경제부총리 출신(金의장), 실무경제관료(任위원장), 민선 광명시장 경력(全위원장)을 고려해 초선임에도 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김덕룡.박근혜.이부영.손학규 의원 등 '비주류' 인사와 가까운 의원들이 '찬밥' 으로 남는 등 李총재의 당내 인재 풀 활용에 한계가 드러났다" 고 주장했다.

李총재의 경기고 후배인 김기배 총장은 5공 때 민정당 전문위원을 거쳐 구로공단이사장을 지낸 경력으로 구로에서 4선을 했으며 "당 전체를 아우르기보다 총재의 수족(手足)역할에만 신경쓴다" 는 비판을 듣고 있다.

그만둔 정창화(鄭昌和.5선)총무의 후임 문제를 놓고 당내에선 '원내사령탑 약체론' 이 나온다. 의원총회에서 뽑을 총무 후보인 이재오(李在五).안택수(安澤秀).안상수(安商守)의원 세명이 모두 재선인 탓이다.

모 중진의원은 "국회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야당 총무는 3, 4선 정도 돼야 하는데, 李총재가 총무에게 힘을 주지 않기 때문인지 중진들이 나서려 하지 않는다" 고 주장했다. 李총재측은 제1사무부총장에서 물러난 이재오 의원을 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당직자 12명 중 6명이 영남 출신이다.

◇ "사실상 대선조직 가동" 〓李총재가 '국가시스템 개조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 라고 의욕을 보였던 국가혁신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 등 외부인사를 책임자로 앉히려는 구상과 달리 李총재가 위원장을 맡았다. 외부 인사들이 비공개 활동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

李총재는 선거 경험이 많은 중진(朴寬用.李相得.洪思德.徐淸源.玄敬大.辛卿植.咸鍾漢)들을 분과위원장에 포진시켰고 측근들(孟亨奎.鄭亨根.朱鎭旴)을 분과위 멤버로 넣었다. 이명박(李明博) 전 의원도 기용됐다.

때문에 당 내외에선 "사실상 대선 준비조직, 기존 당직을 압도하는 옥상옥" 이란 얘기도 있었다. 이에 총재실 관계자는 "국정 대안과 비전 마련을 위한 정책적 조직일 뿐" 이라고 해명했다.

노재현.고정애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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