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질 이식 임신'파장] 부모 외 유전자 대물림 윤리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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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불임 여성의 난자에 다른 사람이 제공한 수정란의 세포질을 주입하는 것은 인간 유전자 복제 이상으로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세포질 주입은 크게 두가지 목적으로 시행된다. 하나는 유전질환의 치료다.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없거나 망가져 시(視)신경안구유전병과 같은 유전질환을 앓고 있을 때 건강한 수정란의 세포질을 주입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노화한 난자를 젊은 난자로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늙은 난자의 경우 세포질의 기능이 떨어져 임신율이 낮기 때문에 건강한 세포질을 교체해 주면 임신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이론에 따른 것.

마리아산부인과 박세필 박사는 "세포질 이식은 미토콘드리아 관련 유전질환 치료에 이용해야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사례들은 모두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고 밝혔다.

세포질 이식이 논란이 되는 것은 태아에 부모가 아닌 제3자의 유전자가 들어와 대물림되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인 을지대병원 권혁찬(산부인과)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다른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정보가 장기적으로 아기의 유전적인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세포질 주입의 또 다른 문제는 건강한 난자를 얻기 위해 생명이 될 수 있는 수정란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리아산부인과 임진호 원장은 "제공된 수정란은 폐기 대상이었으며, 수정란 제공자들에게 모두 동의를 얻었다" 고 말했다.

문제는 무엇보다 세포질 이식이 과연 임신율을 현저하게 높여줄 수 있느냐는 것. 실제로 마리아산부인과 불임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임신율은 5.9%로 대조군 15.8%에 비해 낮았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환석 소장은 "현재 마련되고 있는 생명윤리 기본법에 이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 중"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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