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증권사 랩어카운트 수신고 3조원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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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여윳돈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랩어카운트가 도입된 뒤 석달 만에 예탁자산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증권사들의 경쟁적인 고객 유치 작전으로 뭉칫돈이 몰려들었지만 증시가 출렁인 뒤에는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하지만 최근 증시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랩어카운트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돈 얼마나 몰렸나=삼성.현대.LG투자.대우 등 시중 10개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수신고는 2조8천억원선. 삼성(1조2천억원).현대(7천억원).LG투자(4천8백억원)등 대형증권사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평균 예탁금액이 3억9천만원이었다.

계약자 수는 개인과 법인이 7대3의 비율이지만 예탁자산 규모는 법인이 60%를 넘었다.

LG투자증권 임복형 자산관리영업팀장은 "주가 하락과 채권시장 불안으로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가입을 꺼렸다" 며 "증시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점차 늘고 있다" 고 말했다.

◇ 어떻게 굴리나=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예탁금액의 3분의 1 정도를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몰아넣었다.

증시와 채권시장이 불안해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자산 중 29%가 MMF였고 뮤추얼펀드가 19%, 채권형이 11%였다. 반면 주식형은 5%에 그쳤다.

법인투자자는 MMF 비율이 28%, 채권형이 22%였고 주식형은 21%를 차지해 주식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 지금까지 성적표=증시하락으로 랩어카운트에서 고전한 증권사들이 적지 않지만 MMF와 안정적인 국공채형 펀드에 돈을 굴려 3~4%의 수익률을 기록한 곳도 있다. 하지만 여윳돈을 장기간 운용하는 상품인 만큼 3개월 수익률을 따지는 것은 성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랩어카운트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아니지만 자산관리사(FP)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한완선 교수는 "증권사들의 운용 노하우가 부족해 자산배분이 MMF에 집중됐고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과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며 "앞으로는 증권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도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오경백 금융상품팀장은 "미국의 랩어카운트도 정착하기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렸다" 며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가입을 고려할 만하다" 고 주장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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