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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동행' 두여인 신분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金正男)이 지난 1일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불법입국하다 적발된 사건의 내막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7일 우리 정보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김정남 파일' 과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조사자료를 토대로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귀띔했다.

우선 김정남을 비롯한 일행의 신상.

그동안 국가안전보위부의 간부로 있다거나 정보기술(IT) 관련 책임자로 일한다는 설이 무성하던 그의 직책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과장' 으로 확인됐다.

金국방위원장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에게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할 때 일한 곳이 북한 핵심인사의 임면(任免)을 좌지우지하는 이 자리였음을 감안하면 '차세대 주자' 로서의 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함께 있던 30대 여성 두명의 신원에 대해서는 어느 한쪽이 부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보모, 또는 수행원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선글라스 차림의 여성은 북한 외무성 소속 일본어 통역으로 밝혀졌고, 다른 한 여성은 정남씨의 외가쪽 친척으로, 한가족처럼 지내며 보모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남의 부인으로 고려항공사장의 딸이라고 알려진 신정희는 동행하지 않고 베이징(北京)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

의문에 싸였던 김정남의 일본 입국 이유도 아들에게 디즈니랜드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 당국자는 "이번 방문은 호주와 싱가포르 등 휴양지 방문의 일환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우리 정보기관은 정남씨의 해외 움직임을 거의 놓치지 않고 파악해 왔으며, 이런 사정은 金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들로서 폴란드대사로 나가 있는 평일(平一)씨나 오스트리아에 머무르고 있는 경진(慶珍.김광섭 대사의 부인)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을 金위원장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다.

이미 서기실 소속 요원들을 정남씨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北京)에 급파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보고 없이 출국을 가능케 한 관련자나 호위사령부 요원들의 대대적인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우리 정보당국의 예상이다.

한 관계자는 "金위원장은 조사 보고서를 받아본 뒤 정남씨를 평양으로 불러 사건의 전말을 들어보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한편 김정남의 과거 입국 사실 등을 인지하고 있었던 일본 정부가 이번에 유독 이 사건을 불거지게 한 배경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도 적지 않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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